불법이라는 예산안 처리, 한국당이 ‘원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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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보다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불법적인 예산 처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은 통상 예산안에 앞서 상정하는 것이 국회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문 의장은 이날 한국당이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무더기로 제출해 ‘시간 끌기’ 작전을 벌이려 하자 관행을 깨고 처리 순서를 뒤집었다. 한국당으로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순서 뒤집기 10년 전과 판박이

당시 심사 보고 심재철이 ‘앞장’

그런데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 순서를 바꿔치기하는 전술은 사실 한국당이 원조다.

대표적 사례가 2009년 말 예산안 심사. 당시 여야는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인 ‘4대강 공사’ 예산 등을 놓고 격렬하게 대치했고, 예산안은 12월 말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12월 31일 김형오 국회의장은 당일 오후 8시15분 본회의 시작 직후 새해 예산안을 먼저 상정했다.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 발언대를 에워싸고, 발언대로 진입하지 못해 그 앞 속기록석에서 예산안 심사보고를 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현재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이었다. 이때에도 김 의장은 야당의 반대 토론을 생략한 채 표결에 들어갔고, 결국 예산안은 처리됐다. 야당이 “원천 무효”라고 반발한 것도 10년 전과 판박이다.

한나라당은 이듬해에도 당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2011년도 예산안을 예산부수법안보다 먼저 상정해 처리했다. 필리버스터 철회 번복으로 임기 출발부터 체면을 구긴 심 원내대표로서는 예산안 강행 처리를 여당 측에 내준 뒤 항의 명분도 잃은 셈이다.

전창훈 기자 jch@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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