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 뚫린 BRT 차로 옆, 승용차는 1km 가는 데 20분 '부글부글'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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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교차로~광무교 BRT 개통 첫날 가 보니

부산 BRT(중앙버스전용차로) 2단계 개통 첫날인 30일 오후 서면 광무교에서 서면교차로 구간의 버스전용차로가 시원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나머지 차선은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BRT(중앙버스전용차로) 2단계 개통 첫날인 30일 오후 서면 광무교에서 서면교차로 구간의 버스전용차로가 시원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나머지 차선은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는 30일 시내버스 첫차가 운행하는 오전 4시 30분부터 내성교차로~광무교까지 6.6km 구간의 간선급행버스체계(Bus Rapid Transit·BRT) 운행을 개시했다. 개통 첫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과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의 희비가 엇갈렸다. 부산 최대 상업 중심지인 서면 일대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버스로 만난 환상적인 BRT

“확실히 버스 타는 맛이 나네!”

오전 7시 50분께 서면 한전 앞 정류장에서 86번 버스를 기다렸다. 30일부터 이 정류장은 중앙대로 BRT에 포함됐다. 종전 8개 차로 중 4개 차로가 BRT로 바뀌었다.


출근길 시민들 “버스 탈 맛 나요”

서면 한전~시청 앞 ‘15분’ 소요

택시·자가용 “낮에도 정체” 분통


부전시장~서면교차로 구간 최악

지그재그 차로에 흐름 꼬여 난장판


영하 2도까지 떨어진 기온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바뀐 차선이었다. 시민 대부분이 이날부터 BRT가 개통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정류장에서 만난 최영출(28·가명·동구) 씨는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다른 곳에 내린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대중교통 이용은 편리해질 것 같다”고 반겼다.

바뀐 차선이 익숙하지 않아 간간이 버스 전용 차로에 들어오는 승용차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BRT 앞에 서 있는 경찰관의 수신호에 따라 인근 차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5분 만에 기다리던 86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 시청 방면으로 향하는 출근 인파에 합류했다. 확실히 버스를 타는 ‘맛’이 생겼다. 정체에 막혀 가만히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이 줄었다. 줄줄이 늘어선 승용차를 뒤로 하고 버스가 전용 차로를 ‘쌩’하고 달릴 때는 통쾌함마저 느꼈다.

실제로 이 구간에서 소요되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서면 한전 앞에서 시청까지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버스에서 만난 대학생 강지원(24·가명·동래구) 씨는 “기본적으로 자가용은 사람을 수송하는 데 효율적이지 않다. 대중교통이 편리해야 버스를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차량 정체가 해소될 것”이라며 BRT 개통을 반겼다.

부산시는 BRT 설치로 시민들의 대중교통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청 이동환 버스시설팀장은 “BRT 신설로 버스 속도가 8~18%가량 개선돼 정시성이 최대 30%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부산 동래 내성교차로에서 서면 광무교까지 중앙대로 6.6km 구간에 조성된 중앙버스전용차로(BRT)가 30일 오전 개통돼 송상현광장 버스 정류소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동래 내성교차로에서 서면 광무교까지 중앙대로 6.6km 구간에 조성된 중앙버스전용차로(BRT)가 30일 오전 개통돼 송상현광장 버스 정류소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승용차로 만난 환장하는 BRT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말문이 턱 하니 막혔다. 시내버스 한 대가 차 앞을 가로막더니 곧바로 3차로에서 1차로로 2개 차선을 가로질렀다. 서면 일대 BRT 개통 첫날 거제대로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30일 낮 12시께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법원에서 서면까지 승용차를 타고 나갔다. 거제대로로 진입할 때까지만 해도 큰 정체가 없어 ‘오후 시간이라 BRT 혼잡은 남의 일’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송공삼거리가 시야에 들어올 때 도로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마정 앞을 지나는 거제대로는 BRT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송공삼거리에서 이날 BRT가 개통된 중앙대로와 만난다. 중앙대로와 합류하기 전에 1차로 버스 전용 차로로 진입하려는 버스마다 연신 비상등을 켜고 2개 차선을 무지막지하게 가로질러 댔다. 하다 하다 버스 기사끼리 언성을 높이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동래에서 해운대까지 이어지는 종전 BRT 구간이야 도시철도가 없으니 이해라도 할 만했다. 대중교통 환승 효율을 높이려면 불가피한 조치가 아닌가. 그러나 도시철도 1호선 노선 위 도로에서 차량 정체가 한낮에도 이어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악은 부전시장에서 서면교차로까지 이어지는 1km 남짓한 구간이었다. 편도 3차로 중 1개 차로가 BRT로 할당됐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은 남은 2개 차로를 이용해야 한다. 평소에도 고질적인 불법 주정차가 이뤄지던 부전시장 앞이다. 2개 차로 중 1개 차로를 식자재 차량, 의약품 수송 차량이 막아 버리니 일대가 그대로 주차장이 됐다. 부산에서 최대 간선로인 중앙대로에 차로가 1개만 있는 셈이다. 주정차 단속이 절실했지만 경찰관은 없었다. 이 구간을 통과하는 데 20분 이상 걸렸다.

10년 경력의 택시기사 김장석(64·가명) 씨는 “오전 10시에 하마정교차로에서 서면교차로까지 2km를 오는 데 30분이 걸렸다. 이게 말이 되느냐. 버스만 살리고 택시와 자가용을 죽이는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교대에서 출근한다는 정봉수(54·가명·동래구) 씨는 서면교차로 차선 자체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일부 차로가 2차로에서 좌회전을 받으면 1차로가 되는 등 차로가 지그재그이다 보니 차량 흐름이 꼬여 난리가 빚어졌다”고 불평했다.

권상국·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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