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백은 쏠쏠한데…'동백전' 카드 만드는 데만 한나절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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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첫날 동백전 써 보니

우여곡절 끝에 부산의 지역화폐 동백전이 30일 발행됐다. 지역 내 소비를 진작시켜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추진됐지만, 발급 편의성과 사용처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셌다. 발행 당일 기자가 직접 동백전을 발급받아 사용해 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0% 캐시백은 쏠쏠했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은 사용 불가능한 ‘반쪽짜리’ 발행이라는 느낌을 지우긴 어려웠다.


■체크카드를 또 만들어?

동백전 발행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동백전’을 검색하니 ‘부산 동백전’ 앱이 검색됐다. 다운로드를 받아 설치하는 데에 회원가입 문구가 뜬다. 약관 확인과 몇 가지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다. 번거롭기는 해도 이 정도는 참을 만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카드를 신청하려니 하나은행의 하나카드 발급 절차로 넘어갔다.

회원 가입 등 발급 절차 복잡

모바일뱅킹 해야 본인인증

디지털 소외계층 사용 어려워

사용 즉시 결제금액 10% 환급

사용 여부 헷갈리는 매장도

한 달 후엔 할인율 6%로 하락

지역 상공인 혜택 체감은 의문

체크카드와 신용카드가 이미 여러 장 있어 카드 만들기가 망설여졌다. ‘있던 카드도 줄이는 판에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니, 어차피 캐시백 할인이 중단되면 그저 체크카드일 뿐인데 또 만들어야 할까?’ 잠깐 고민이 됐지만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로 발급받자 싶었다.

다음 단계에서 또 다시 본인인증과 약관 동의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까지도 괜찮았다. 결정적으로 체크카드와 연계될 은행 선택의 복병이 나타났다. 9개의 은행 중 기자가 주로 거래하는 은행이 빠져 있었다. 함께 동백전 가입을 진행하던 30대 지인은 이 단계에서 포기했다. 한 달 후면 6%로 캐시백 요율이 줄어들면 혜택도 크지 않은데, 불필요한 카드를 더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자는 이 단계에서 은행으로 달려갔다. 은행에 가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발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부모님 생각도 났다.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에게 은행 발급을 추천해 줄 요량이었다.


■부모님은 못 쓰시겠다

은행 발급은 하나은행만 가능했다. 집에서 20분 거리의 은행으로 가니 하나은행 신규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당황스러웠다. 카드 발급받으려고 앞으로 쓸 일도 없을 입출금통장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이 됐지만, 일단 발급 절차를 진행했다.

“지역 경제 살리자고 화폐를 발급받는데, 지역과 무관한 은행사 카드를 만들어야 하다니….” 심란해하는데, 하나은행 앱을 설치하고 하나은행 오픈뱅킹을 가입하라는 직원. 혹시나 계좌 잔고가 없어 문제가 생기면 다른 은행에서 쉽게 연계 가능하다는 이유를 댔다.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20여 분의 절차 끝에 동백전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그럼 이걸 바로 쓰면 되나요?” 직원에게 물었더니 앱을 통해 충전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다시 핀테크 활용의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짜증을 다스리며 앱을 열어 충전하기 버튼을 눌렀다. 연계계좌를 선택하고, 전화로 ARS 번호를 누르고, 본인 인증 은행 송금 문자를 확인하고, 충전할 금액을 선택해야 했다. 복잡한 과정은 둘째 치고, 모바일 뱅킹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본인인증이 불가능했다. 부모님은 결국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지역화폐 ‘동백전’ 출시기념행사에 참석한 오거돈 부산시장 등 참석내빈들이 성공기원 결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3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지역화폐 ‘동백전’ 출시기념행사에 참석한 오거돈 부산시장 등 참석내빈들이 성공기원 결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한 달 후 할인율 6%로 뚝

어렵게 발급 받은 카드를 여러 군데에서 사용해 봤다. 동네 카페에서는 결제가 됐지만, ‘스타벅스’에서는 결제되지 않았다. 대형마트, 백화점, 프랜차이즈 직영점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사용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헷갈리는 매장도 있었다. 백화점 안이라도 임대매장은 동백전 사용이 가능하다. ‘올리브영’ 상호를 사용하는 매장도 직영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가맹점은 사용 가능했다.

캐시백의 재미는 쏠쏠했다. 사용 즉시 결제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돌려주고, 즉시 안내 문자를 받으니 돈을 쓰면서도 왠지 돈을 버는 착시 효과가 있었다.

한 달 후 캐시백 할인율이 6%로 떨어진 후는 활성화가 가능할까? 각 구에서 구비로 캐시백 금액을 지원하면 할인율이 올라갈 수 있다. 한 구청장은 “시가 처음부터 각 구에 협조를 구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며 “안 그래도 부족한 예산인데, 굳이 구비를 들여 지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지역 중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정도의 ‘열풍’이 불려면, 동백전 발급과 충전 과정만큼이나 지난할 것 같았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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