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새해 첫날부터 ‘쓰레기 대란’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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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청이 지난 1일부터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인 A사의 대행 업무를 중지함에 따라 2일 오전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길거리에 생활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동래구청이 지난 1일부터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인 A사의 대행 업무를 중지함에 따라 2일 오전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길거리에 생활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부산 동래구 지역이 새해부터 쓰레기 대란에 빠졌다. 동래구청과 30년 넘게 지역 쓰레기를 처리해온 대행업체가 원가 산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재계약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동래 쓰레기 대란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일 부산 동래구청은 “1월 1일 자로 온천 1·2·3동과 사직 1·2·3동의 생활폐기물 수거를 담당해 온 A사와의 대행 업무 계약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A사는 그동안 동래구 6개 동에서 5만 3921세대의 음식물 쓰레기와 종량제 쓰레기, 재활용품 등을 수거해 왔다.

동래구청은 1일부터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과 다른 쓰레기 수거업체인 B사 인력을 투입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 인력이 모자라는 데다 해당 지역에 익숙하지 않아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민원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2일 오전까지 동래구청에 접수된 쓰레기 민원만 50건을 넘어섰다.


온천·사직동 청소대행업체

원가 산정 갈등, 재계약 실패

거리·상가 곳곳 ‘쓰레기장’

대체인력 투입에도 장기화 우려


2일 오후 동래구 온천동 거리 곳곳에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온천장 교차로에서 금강공원입구까지 금강공원로 200m 구간에는 가로등 옆에 지난밤 동안 상가에서 내놓은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종량제봉투뿐 아니라 재활용품마저 뒤섞여 있어 거리가 흡사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이 거리를 지나던 정 모(40·동래구 온천동) 씨는 “거리가 쓰레기장이 됐다. 도대체 구청이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이번 쓰레기 대란은 동래구청과 A사 간의 갈등이 원인이다. A사 측은 “2020년 추정 배출량이 전년 실제 배출량보다 335t나 늘었는 데도, 구청은 소요 인력을 5명이나 줄여 예산을 책정했다. 이에 자체 비용으로 인력을 고용해야 할 판이다”고 주장했다. A사 측은 “원가 계산 용역 결과가 부당하다. 이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수의 계약에 참여할 수 없다”며 계약 완료일인 지난달 말까지 2020년 대행 계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업체가 계약에 참여하지 않자, 동래구청은 1일 자로 A사의 대행 업무를 종료했다.

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2020년 계약 하루 전 불참을 통보한 것은 주민을 볼모로 협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A사가 계약상 계약 중지가 예상되는 날로부터 6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고 동래구청은 주장했다. 이에 동래구청은 계약 위반이라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A사는 업무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동래구청에 책임이 있다고 반발했다. 계약서에 ‘구청이 업체를 상대로 합의 없이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 구청이 연장를 명령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중단했다는 것. A사 관계자는 “애초에 구청이 업무 연장을 지시했다면 쓰레기 대란도 없었다. 구청이 일방적으로 업무 자체를 중단시키는 바람에 이런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동래구청에 있다”고 반박했다.

구청은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 각 동사무소의 인력을 투입해 쓰레기 수거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다른 쓰레기 처리업체 선정 전까지는 동래구 쓰레기 대란이 한동안 지속될것으로 전망된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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