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 된 차수벽으로 큰 파도 막겠나” 뿔난 마린시티 주민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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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시티 ‘방파제’ 무산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상 방파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지역민과 정치권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16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차바’ 영향으로 바닷물이 마린시티 안쪽까지 들이닥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상 방파제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지역민과 정치권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16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차바’ 영향으로 바닷물이 마린시티 안쪽까지 들이닥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로 들이닥치는 파도를 막기 위한 ‘해상 방파제’(부산일보 9일 자 3면 보도)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지역민은 물론 정치권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행안부가 제시한 ‘차수벽’은 방재를 목적으로 국내에 설치된 사례가 없어 그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9일 마린시티 입주자대표연합회는 “부산시가 추진하려던 해상 방파제 방안이 행안부에 의해 무산됐다. 시에 해상 방파제 설립 당위성을 재확인하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행안부 ‘차수벽’ 국내 사례 없어

주민들 “효과·안전성 검증 안 돼”

방파제 당위성 논의 이어갈 계획

전문가 “차수벽 효과 떨어진다”

김애경 마린시티 입주자대표연합회장은 “마린시티 주민들의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차수벽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며 “서병수 전 부산시장 때 방파제 설치로 가닥이 잡혔는데, 주된 방재 대책으로 꼽히던 해상 방파제 계획이 한순간에 틀어진다는 것을 쉽게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가 행안부의 차수벽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정치권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윤준호(더불어민주당·해운대기장을) 의원은 “행안부 등 관계 기관이 시민 안전보다는 예산 절감을 목적으로 차수벽을 선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립으로 부산시민만 피해를 보고 있는데, 시민 안전이 우선 확보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목건축 공학 전문가들도 차수벽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대한토목학회 정진교 교수는 “해상 방파제가 차수벽보다 월파 방지 효과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며 “행안부 차수벽안은 경관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과 예산이 적게 투입되는 점은 장점이지만, 들이닥치는 파도를 막아내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동아대 이정재 건축공학과 교수는 “월파 방지를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해상 방파제를 앞순위로 두는 게 맞다”며 “차수벽을 설치한다면 월파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높이와 매립 규모 계획 등을 완벽히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9월께 태풍 ‘차바’가 마린시티를 집어삼켜 바닷물이 마린시티 내 250m 지점까지 유입되기도 했다. 태풍이 올 때마다 수m 높이의 파도가 마린시티 해안길(마린시티1로)을 덮쳐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마린시티 주민 이 모(52) 씨는 “상황이 이런데도 행안부가 국내서 검증되지 않았고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차수벽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태풍 재난에 속수무책인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해상 방파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마린시티에 ‘제2의 차바’ 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가장 효과적인 방재 대책을 모색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마린시티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시 빨리 방재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안전이다. 해상 방파제와 차수벽 중 안전을 확실히 보장할 방안을 결정하고 중앙정부와 발맞춰 신속하게 추진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지난달 “마린시티 추가 매립을 기본으로 하는 차수벽 설치를 검토하라”는 의견을 시에 전했다. 시는 2016년 태풍 차바 피해 이후 해상 방파제 설치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현재 시는 행안부의 차수벽 계획을 받아들이고 기본설계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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