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물론 국내 고객마저 발 끊어 문 닫을 위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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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최애’ 부산 명소 가 보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로 중화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부산의 관광명소에 인파가 뚝 끊겼다. 기장군 해동용궁사(왼쪽)와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내 면세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로 중화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부산의 관광명소에 인파가 뚝 끊겼다. 기장군 해동용궁사(왼쪽)와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내 면세점.

6일 오전 부산 전포카페거리의 한 유명 카페. 마스크를 낀 스무 명 남짓한 관광객들이 카페로 들어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동으로 쏠렸다. 한자가 적힌 빨간 깃발을 든 가이드가 연신 손을 내저으며 어설픈 한국어로 소리쳤다. “우리는 대만 사람입니다. 중국 사람 아니에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산의 관광명소에 인파가 큰 폭으로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어 업계의 타격이 심각하지만, 외국인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는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감소하는 실정이다.


중화권·일본 방문객 의존도 높은

동백섬 더베이101·롯데면세점 등

관광지·유통업계 매출 ‘큰 타격’

내국인 손님 감소 더 심각한 문제


6일 오후 기장군 해동용궁사에서는 예년과 비교해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화권 단체 관광객이 등장하면, 이들과 거리를 두고 걸어가려는 시민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해동용궁사 입구에서 어묵류를 판매하는 상인 A 씨는 “외국인 관광객도 줄었지만 그보다는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폭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며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바다와 초고층 건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야경으로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동백섬의 더베이101도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더베이101 관계자는 “하루 평균 500명 정도 중국인 관광객이 왔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수십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중국인들은 사진만 찍고 떠나고, 직접적으로 식음업장을 이용하는 건 대부분 내국인”이라며 “시민들의 외식·외출이 급감해 매출이 전년 대비 55%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였던 신세계 센텀시티도 종일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면세점은 쇼핑하는 사람보다 직원이 더 많은 수준이었다. 신세계 센텀시티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첫 주말에 매출이 4% 정도 줄었는데, 지금은 누적 10% 수준까지 감소했다”며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회사 차원에서 연간 목표치 등을 새로 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롯데쇼핑은 부산지역 5개 백화점과 아웃렛의 매출이 현재까지 15%가량 감소했고, 롯데면세점은 30%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잡히지 않는 이상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중화권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부산지역 관광·유통업계의 피해는 막심하다. 지난해 1~11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비중은 27.6%에 달한다.

여기에 일본인 관광객(21.6%)까지 합하면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한·일 외교 갈등으로 일본인 관광객 감소현상이 심각한 데다 올해 도쿄올림픽까지 열릴 예정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부산 관광의 두 기둥인 중국과 일본이 모두 무너져 내릴 가능성도 있다.

부산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잠시 주춤했던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올해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미 물거품이 됐다”며 “국내 분위기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보다 더 심각하다. 업계 고사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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