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한류 이끄는 음악 예능, ‘신한류·수익’ 두 마리 토끼 사냥
가면을 쓴 스타들이 무대에서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호랑이, 거북이, 라마, 캥거루, 로봇 등 종류도 다양하다. 경연 후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히면 청중이 화들짝 놀란다. MBC 인기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판 ‘더 마스크드 싱어’의 한 장면이다.
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드 싱어’
시즌 3 첫 방송 2300만 명 이상 시청
‘너목보’ 포맷 미국 등 10개국에 수출
‘더 팬’ 태국서 ‘팬 워스’로 방송 예정
‘판타스틱 듀오’ 스페인 프랑스 수출
■음악 예능 ‘신한류’ 이끈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새로운 ‘콘텐츠 한류’를 이끌고 있다. 드라마와 K팝에 이어 세계 각국에 수출, 흥행에 성공하며 한류의 새 이정표가 됐다. 미국에서 시즌 3까지 만들어진 ‘더 마스크드 싱어’를 대표주자로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 SBS ‘더 팬’ ‘판타스틱 듀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한국 음악 예능 포맷을 전 세계에 이식해 한류 확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복면가왕’의 미국판 프로그램인 ‘더 마스크드 싱어’의 인기는 갈수록 뜨겁다. 이달 초 방송을 시작한 시즌 3은 시청률이 높은 주요 시간인 매주 수요일 오후 8시에 편성됐다. 사회자는 가수 닉 캐넌이 맡았고, 패널로는 제이미 폭스와 한국계 배우 켄 정 등이 출연한다. 첫 방송은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제54회 슈퍼볼 직후 편성됐는데, 한 회 시청자만 2373만 명을 모아 화제가 됐다. 이는 NBC ‘더 보이스’ 이후 7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시즌 1의 전체 시청자 수 540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다.
■해외도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열풍
Mnet 음악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의 포맷도 10개국에 수출됐다. 미국,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루마니아 등이다. 이 방송은 직업과 나이, 노래 실력을 숨긴 미스터리 그룹에서 몇 가지 단서만으로 실력자와 음치를 가리는 내용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 2015년 첫선을 보인 뒤 시즌 7까지 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2016년 태국에서 현지판 ‘너목보’로 만들어졌는데 200회를 넘긴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엔 미국 폭스 채널에서도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이 완료됐다. 민다현 CJ ENM 해외사업팀장은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에서 시즌을 이어갈 만큼 강력한 포맷”이라며 “미주 지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태국에 포맷을 수출한 SBS 음악 예능 ‘더 팬’은 올해 초 현지에서 방송을 시작한다. 타이틀은 ‘팬 워스’이며 태국 지상파 TV채널인 워크포인트에서 방송된다. 일찌감치 ‘복면가왕’과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한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태국판으로 성공시킨 곳이다. 앞서 SBS 음악 예능 ‘판타스틱 듀오’ 포맷도 스페인, 프랑스 등에 판매됐다.
■한류 확산·경제적 효과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외국 진출은 기존 한류가 진출하지 못한 시장에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기에 방송 기획 콘셉트와 구성, 제작 방식을 모두 아우르는 포맷은 산업의 핵심 역량이기 때문에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프로그램 포맷과 리메이크 판권을 해외에 수출하면 한류 확산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음악 예능 프로그램은 문화할인율이 낮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나 적용이 가능하다”며 “추리와 퍼즐 맞추기의 구성을 취해 이를 즐기는 해외 시청자의 몰입과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대중음악의 축적성이 큰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 잘 맞기 때문에 한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포맷을 판매해 얻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잘 만든 프로그램 하나가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