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콘텐츠의 힘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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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공연예술팀 기자

문화공연계가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부산시립미술관 같은 공공 문화기관은 임시 휴관을 택했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공연할 예정이었던 뮤지컬 ‘아이다’ 역시 막대한 손해에도 공연 취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으로 한국영화 전반에 봄이 오나 기대했던 극장가는 하루 관객이 7만 명 선으로 떨어지면서 시름에 빠졌다.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일상에 집중하고 즐거운 일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최근 유일한 즐거움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라는 사람이 많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방송 중인 ‘미스터트롯’이다. 이 프로그램은 트로트는 중·노년층이 즐기는 ‘성인가요’라는 인식을 확 깼다. 시청률 역시 고공 행진하다 종편 채널 중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1주일을 ‘트요일’만 기다린다”거나 “나 20대인데 트로트 가수 직캠 찾아보는 거 실화냐” 같은 댓글만 봐도 세대의 장벽을 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방송의 인기는 ‘발견의 재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발라드 가수로 시작해 소속사를 6번 옮긴 끝에 트로트 가수로 꿈을 이어가고 있는 현역 가수, 행사 비수기인 겨울에 생계유지를 위해 군고구마를 팔며 버틴 또 다른 현역 가수, 트로트를 사랑해 어린 시절부터 ‘전국노래자랑’ 단골이었던 대학생,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방황하다 성악을 시작하며 개과천선하고, 이번에는 트로트에 도전한 성악가 등 꿈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참가자를 발견하는 재미를 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콘텐츠 자체의 힘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 경연 프로그램의 목적은 최고의 트로트 가수를 찾기 위함이다. 아무리 사연이 절절하고 그 삶에 박수를 쳐 주고 싶어도, 실력이 없으면 감흥도 없다.

방송은 1주일에 한 번만 하지만, 공식 유튜브 채널 등 SNS를 활용해 방송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하는 것도 프로그램이 성공한 원인이다. 아이돌 팬덤 문화를 차용해 ‘세로 직캠’ ‘얼굴 직캠’ ‘댓글 읽기’ 같은 콘텐츠를 단독 공개하며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결국 ‘콘텐츠의 힘’인 셈이다.

영화 ‘기생충’과 BTS의 성공 역시 ‘콘텐츠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 앞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1인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그 콘텐츠는 빛을 발하게 된다.

어려운 시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창작하는 예술가와 스태프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콘텐츠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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