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테크] ㈜팹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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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운동으로 부산을 4차 산업혁명 메카로”

팹몬스터 이동훈 대표가 지난달 28일 부산진구 전포동 본사에서 메이커 교육생들이 만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팹몬스터 제공

5년 전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브랜드로 이해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용적 경제로 메이커 운동을 이야기하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메이커 운동을 통해 제조업 혁신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다.

메이커 운동이란 스스로 만들고 싶은 물건을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제작하고, 제작 방법을 공유해 제작문화를 확산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기술 발전으로 제조의 문턱이 낮아지며 전세계적으로 메이커 운동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특히 3D 프린터, 레이저 절삭기 등이 상용화된 덕분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세계적인 산업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시제품 제작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경로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D 프린터·레이저 절삭기 이용
상상 속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부산 지역 ‘메이커 운동’ 선도

교육·아이디어 소통 공간 제공
서면에 민관 첫 메이커스페이스
2만 명 교육해 메이커로 육성
부산 오픈 R&D센터 역할 ‘톡톡’



■메이커 2만 명을 만들다

(주)팹몬스터와 이동훈 대표는 부산을 대표하는 메이커 기업과 인물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이 대표만큼 빠르게 메이커가 4차 산업시대의 핵심이 되리라고 판단한 사람은 드물었다. 팹몬스터의 전신은 예감디자인회사. 이 대표는 일반 디자인보다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디자인 시장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업종 전환을 시도했다. 문제는 시제품을 만들려해도 만들 수 있는 곳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이 대표는 3D 프린터, 레이저 절삭기 등을 이용해 자신들이 고안한 제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누군가가 저희 회사를 보고 언급한 ‘이게 메이커 운동의 시작이다’라는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메이커 운동의 가능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메이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예감디자인회사를 대신해 2015년 팹몬스터를 창업했다. 팹몬스터란 ‘즐거움을 추구하는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시민 누구든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직접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메이커 운동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한 이가 많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을 이해하는 이가 하나둘 늘고 있다. 삼성 C-LAB이 팹몬스터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했고, 부산뿐만 아니라 대구, 제주에도 메이커스페이스가 만들어졌다. 부산 서면에는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과 손잡고 민관협력 최초의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려대, 전남대, 부경대, 창원대 등 대학들도 메이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팹몬스터와 함께 일을 하기도 했다.

전국적인 메이커 붐에 힘입어 팹몬스터는 2만 명에 가까운 이들을 교육해 메이커로 만들어 냈다. 이 성과를 높이 인정받아 지난해 이 대표는 부산시 우수기업인, 부산벤처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 기업에 팔거나 아예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며 ”메이커 운동의 저변이 서서히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 R&D로 부산 제조업 살릴 것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팹몬스터 본사 앞에는 ‘메이커 운동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는 건강한 소셜벤처 기업’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소셜벤처로서 팹몬스터는 메이커 운동을 통해 부산 전통 제조업이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팹몬스터가 지난해 중소기업벤처부의 전문랩 교육기관 선정에 애를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메이커가 확산되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메이커들이 늘어나면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R&D를 외부에서 누구나 할 수 있게 된다”며 "혁신 역량이 부족한 지역 전통 제조업들에게는 오픈 R&D센터가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조업의 도시였던 미국 디트로이트, 스페인 빌바오 등이 메이커 운동을 통해 제조업 부활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또 이 대표는 부산이 한국 메이커 운동의 핵심이 될 많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청년들이 있는 데다 금형, 사출 등을 할 수 있는 제조업 공장들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팹몬스터는 지역 간 메이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이 대표는 "메이커 운동이 오래 전에 시작된 지역에서는 교육의 수준 차이가 커 이것이 기회 박탈로 여겨지기도 한다"며 "4차 산업 혁명의 새 문화를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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