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판다길래 왔는데” 또 허탕 친 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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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파는데 새벽부터 대기줄 번호표 배부 순식간에 마감 “목숨 두고 장난하나” 항의 잇따라

2일 오전 부산 기장군 정관읍 부산정관우체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가게 문까지 닫고 왔는데, 마스크 한 장 못 사는 게 말이 됩니까!”

2일 오후 1시 부산 부산진구 농협 하나로마트 부전점 1층 고객센터. 이날 오후 2시부터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일찌감치 시민 수십 명이 몰렸다. 마트 직원이 나서 "마스크 구입이 이미 마감돼 지금 오신 분들은 구입할 수 없다. 앞서 번호표를 받아 간 사람들만 오후 2시에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안내하자 곧바로 고성과 항의가 터져 나왔다.

농협은 ‘오후 2시부터 판매한다’는 공지와 달리 이미 오전 11시에 시민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줬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5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일하는 김동수(가명·71) 씨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가게 문까지 닫고 사흘 연속 이곳을 찾았는데, 결국 마스크 한 장 못 건졌다. 오늘 2시에 오면 된다고 해서 1시간 전에 왔더니 오전에 진작 번호표 배부가 끝났다고 한다. 사람 목숨을 두고 장난하는 거냐”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아들에게 줄 마스크를 사러 왔다는 배민주(가명·68) 씨도 “이럴 거면 오전 중 조기 마감을 미리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 멀쩡한 택시비만 날렸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천만다행으로 마스크를 구매한 이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기다려 번호표 59번을 받은 김명진(가명·70) 씨는 “마스크 사러 온 사람 대부분 70세 이상 노인이다. 마스크 몇 장 사려고 길가에서 몇 시간 동안 찬 바람 맞으며 기다려야 했다. 편의점에서 내복을 사 입는 사람도 있더라. 이럴 거면 처음부터 번호표를 일찍 나눠주거나 줄 선 사람들을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농협 하나로유통은 이날부터 전국 2210개 매장에서 마스크 총 70만 장을 공급한다. 매장당 마스크를 400장 정도 판매하며, 1인당 5장을 살 수 있다.

농협 하나로유통 측은 매장마다 풀리는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데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이 지나치게 몰린 탓에 대기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농협중앙회 곽정섭 부산지역본부장은 “이날 오전 8시에 이미 100명 넘는 시민이 줄을 섰다. 이들을 방치하기에는 안전사고와 감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오전 중 번호표를 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탕 친 시민의 항의가 잇따르자 농협 하나로마트는 이날 오후 1시 50분이 돼서야 부랴부랴 ‘내일은 오전 9시부터 매장 입구에서 번호표를 선착순 배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문을 입구에 붙였다. 부산에 있는 다른 농협 하나로마트 지점들도 3일부터 오전 9시께 선착순으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번호표를 배부할 예정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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