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독신자 오피스텔 - 뫼르소의 도시3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달균

전기가 나가자 빌딩이 깨어났다

우루루 비상구로 몰려나온 사람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비로소 이웃이 된다



누군 연속극에 한참 빠져 있었고

또 누군 컴퓨터와 바둑에 빠져 있었다

아무도 혼자가 아닌 홀로인 사람들



이윽고 전기가 오고 승강기가 움직이자

안도한 이웃들은 총총히 사라진다

적막의 커튼을 치고 우린 다시 타인이 된다



-이달균 시집 중에서-


코로나 19로 도시에 적막이 감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전기가 나가도 빌딩이 깨어나지 않을 것 같다. 우루루 몰려나갈 비상구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집안에 틀어박혀 모든 위기상황이 종료되길 불안하게 기다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연속극도 보기 싫고 게임도 재미가 없다. 서로의 안부가 궁금하고 염려된다. 각자 격리되어 있지만 서로 한마음이 되어 부둥켜안고 있다. 이 유대감은 무엇인가. 우리라는 연대가 있는 한 혼자(남과 더불어 있지 않고 홀로 있는 상태)이지만 홀로(자기 혼자서만)가 아닌 사람들이란 말 아닐까. 안도한 이웃들과 웃고 떠드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종미 시인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