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스크 대란’ 사과한 문 대통령, 긴급·과감한 대책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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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폭증하면서 5000명을 훌쩍 넘고, ‘마스크 대란’마저 전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이 급기야 어제 열린 확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겸한 국무회의에서 “국가 전체가 감염병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며 “정부의 모든 조직을 24시간 긴급상황실 체제로 전환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계속되는 마스크 문제에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처음으로 사과를 표명했다. 그동안 사태를 비교적 담담하게 바라보던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바뀐 것으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다급함이 묻어나는 발언으로 보인다. 늦은 느낌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위기 인식과 발걸음을 함께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는 이제라도 책상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더욱 긴급하고 과감한 대처로 방역과 민생 경제에 올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사과처럼 마스크 구하기는 국민들이 현재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문제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에서는 그동안 마스크 대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조금만 참으면 내일부터는 상황이 호전될 것입니다”라며 국민을 안심시켜 왔다. 그러나 정부의 수차례에 걸친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무려 10일 정도가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일선 현장과는 동떨어진 채 책상머리에 앉아서 마스크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으로만 마스크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 셈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급 상황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마스크 확보와 배분 체계를 섬세하게 재구축해야 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약국·병원 간 의약품 안전사용정보시스템을 통해 개개인 식별 방식으로 공급하든가, 통·이장을 통한 직접 배부를 고려해야 한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와 의료진·의료장비의 확보에는 더욱 비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전국 확진자의 약 90%가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는 여전히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한 환자가 수천 명에 달한다. 경증 환자의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한 병리 시설 확보와 의료인력과 장비의 집중 투입을 위해 그동안 일부에서 헌법과 감염병관리법상 긴급명령권 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청와대 측에서 헌법 규정을 들어 긴급명령권 발동 요건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이를 줄곧 요구해 왔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법리를 오해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장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 헌법상의 긴급명령권에 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목소리로 알아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우리나라를 더는 물러설 곳이 없게 만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정부의 모든 조직은 현 단계에서는 오직 코로나19 퇴치와의 전쟁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말 이제 말은 필요 없다. 현장에서 몸이 깨지더라도 직접 부딪히면서 문제를 대면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지금 전 세계 87개국으로부터 입국 금지 또는 제한을 당하고 있고, 내수 경제의 활력은 완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조만간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결국은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민을 실망시키는 언행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민이 믿을 건 정부밖에 더 있겠는가. 정부는 모든 영역에서 더욱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책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대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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