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골라 ‘요지’ 공천… 김형오 ‘소신’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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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D-42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면접 심사를 하기 위해 면접장으로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소신(所信)인가, 사심(私心)인가’

미래통합당의 쇄신 공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측근들이 최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요지에 잇따라 공천을 받으면서 당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강남을·인천중동강화옹진에
최홍 전략공천·배준영 단수공천
이언주 중영도 고집 ‘원칙 상충’
미묘한 행보에 당내 우려 목소리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울 강남을에 전략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이다.

최 전 사장은 김 위원장이 국회의장을 지낸 뒤 2012년 부산 영도에서 불출마할 때 후계자로 영입하려던 인물이다. 실제 최 전 사장은 20대 총선 당시 중영도에 출마했지만, 현역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대표와의 경선에서 패했다. 당시 김형오 위원장은 “국회의원 한 번 더하고 그만둘 사람인지 대권을 염두에 둔 사람인지 진짜 헷갈린다”며 ‘험지’ 대신 기존 지역구를 고수한 김무성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최 전 대표를 지원했고, 이에 김 전 대표 측이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최 전 사장은 본업인 투자업계로 돌아간 뒤 정치권 활동이 거의 없었으나 이번에 갑자기 서울 핵심 지역에 공천을 받게 된 것이다. 서울대와 미 컬럼비아대학원 경영학 박사, 국내외 굴지의 증권사를 거친 화려한 스펙을 가진 최 전 사장이지만, 당내 활동이 전혀 없던 인물이 강남을의 기존 예비후보들을 제치고 단독 공천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최 전 사장의 전략공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공관위 관계자는 3일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최 전 사장이 전략 공천을 받은 것은 특혜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비공개로 공천 신청을 했다”고 반박했다.

인천 중동강화옹진에 단수공천을 받은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역시 김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의장실 공보비서관, 국회 대변인실 부대변인을 지내며 2년 임기 내내 김 위원장을 보좌한 측근이다.

배 이사장은 20대 총선에서 현역인 안상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의원에게 패했다. 그런데 공관위는 이번에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안상수 의원을 인천 미추홀구을로 이동 배치한 뒤 배 이사장을 단독공천했다. 배 이사장이 50대 초반의 원외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며 이 역시 파격적인 조치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이언주 의원의 중영도 전략공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을 두고 김 전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나 개인적 인연에 따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인 이 의원을 단지 고향이라는 이유로 영도에 전략공천하는 것은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대한 ‘고향 출마 배제’ 원칙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높지만, 김 위원장은 “나라가 어려울 적에 팔 걷어붙이고 싸운 사람과 수수방관한 사람은 차이를 둬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 의원에 대한 ‘우대’ 방침을 직접 밝힐 정도로 확고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 의원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삭발까지 하며 “경선 기회만 달라”고 외치는 곽규택 전 중영도 당협위원장에 대해서는 냉담한 시각을 거두지 않는 모습이다. 곽 전 위원장은 김 전 대표 측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공관위 이석연 부위원장이 지난 2일 통합당의 전국 정당화를 명분으로 ‘김무성 광주 차출론’을 제기했지만, 공관위 내에서 별 반향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김 전 대표의 호남 출마 주장은 지난달 초 공관위 출범 당시에도 제기됐지만, 김 위원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하게 부정했었다.

부산 통합당 관계자는 “‘혁신 공천에 목숨을 걸었다’는 김 위원장의 충정을 믿지만, 공교롭게도 김 전 대표와 관련됐거나 개인적 인연이 엮인 사안 등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공천이라는 복잡한 퍼즐은 작은 부분이 틀어지면서 전체가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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