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도 끄떡없던 극장가, 코로나19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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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부산 중구 한 극장 모습. 관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관객 감소는 이달에도 계속돼 지난 9일 하루 관객 수는 5만 1575만 명에 불과해,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산일보DB

숫자로 극장가 불황이 증명됐다. 이전 감염증 사태 때는 없었던 현상이 코로나19 사태로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9% 감소했다. 지난달 전체 극장 총관객 수는 737만 명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90만 명이 줄었다. 2005년 이후 2월 전체 관객 수로는 최저치이기도 하다.

2월 관객 수 전년보다 66.9% 급감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 개봉 연기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 할 것 없이 큰 피해를 봤다. 2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3% 감소한 494만 명, 외국 영화 관객은 51.9% 줄어든 243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마지막 주였던 2월 28일~3월 1일 관객은 24만 5383명에 불과해 2008년 이후 주말 전체 관객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객 감소는 계속 이어져 지난 9일에는 일일 관객 수가 5만 1575명에 머물며 2005년 이후 최저 일일 관객 수를 찍기도 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는 극장가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당시 신종플루로 인한 첫 사망자가 2009년 8월 15일 발생했지만, 여름 성수기인 데다 ‘해운대’(1146만 명) ‘국가대표’(849만 명) 같은 한국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오히려 관객이 증가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첫 사망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2015년 6월 2일부터 10일까지 관객이 대폭 줄어든 것 외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때 전년 대비 관객 수 감소율은 평균 48.1%였지만 ‘쥬라기 월드’가 개봉한 6월 11일을 기점으로 관객 수는 반등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확진자가 방문했던 극장이 임시 휴업을 시작한 다음 날인 2월 1일부터 지금까지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설 연휴와 4월 마블 영화 개봉까지 그사이를 노렸던 작은 한국 영화에 타격이 더 크다. 예년과 비교 해보면 이 시기에 중·저예산 영화 개봉이 이어지며 선전했다. 2018년에는 이 시기에 ‘리틀 포레스트’가, 2019년에는 ‘증인’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우울한 시기에 정치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가 2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애초 4월에 있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개봉한 영화로 14일 기준 약 149만 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관객 반응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으면 더 큰 사랑을 받았을 영화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극장가 상황이 악화하면서 007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의 전 세계 개봉일 연기에 이어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도 결국 개봉 연기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27일 북미 개봉을 예고했었지만, 북미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개봉을 연기했다. ‘뮬란’은 중국 스타 유역비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제작비 2억 달러가 든 대작이다.

한편, 5월 12일 시작할 예정인 칸 영화제 개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칸 영화제 측은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프랑스와 유럽 상황이 좋지 않아 칸 영화제가 연기되거나 최악의 경우 취소까지 예상된다.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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