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 따뜻한 이웃으로 힘든 시기 극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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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우리 골목] 3. 자연드림 반여점

서명애(가운데) 자연드림 반여점 점장이 지난 13일 이정식(왼쪽)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홍순헌 해운대구청장과 함께 가게 출입문에 ‘클린 안심존’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장산초등학교 인근 상가는 코로나19가 무색하게 활기가 넘쳤다. 대부분의 상가는 문을 열었고, 채소와 과일을 노상에 진열한 매장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부산의 2번 확진자가 이 일대를 지나갔다는 사실이 공개된 지난달 말과는 천양지차 분위기였다.

상가 전체에 감도는 이런 활기 속에서도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진 ‘자연드림 반여점’에서는 활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바로 옆 식당은 문을 닫았고, 키즈카페가 있던 위층도 영업을 중단했다. 코로나19 부산 확진자 발생 초기에 드리워진 그늘이 아직까지 짙게 느껴졌다.

2번 확진자 들른 후 매출 반토막
진열 채소 등 수백만 원어치 수거
“이런 때일수록 안전 먹거리 중요
매장 안 제철 나물 몸에 좋아요”

서명애 점장은 ‘확진가 방문 가게’라는 꼬리표가 조금 억울하다고 했다. 확진자가 오긴 했지만 매장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CTV를 확인해 보니 확진자는 매장 귀퉁이에 마련된 카페의 별도 방으로 곧장 들어가 일행들과 30분가량 머물다 갔다.

그래도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매장 내 포장하지 않고 진열된 채소 등 냉장 코너 식품 수백만 원어치를 그날 치웠다. 당시 근무했던 직원도 자가 격리를 모두 마쳤다. “확진자는 마스크를 하고 나머지 일행은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일행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저희 직원들도 전혀 건강에 이상이 없어요. 그래도 사람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라고만 인식해 매장 방문을 꺼리고 있어요.” 서 점장은 확진자 동선에 상호가 공개된 이후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자연드림 반여점은 안전한 먹거리로 유명한 ‘아이쿱생협’의 매장 중 하나다. 주차 시설이 편리해 동네 주민뿐 아니라 동래구와 수영구 등 인근 지역에서도 많이 찾는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동네 주민들은 ‘믿고 찾는 매장’이어서 방역 후 이용자가 크게 줄진 않았지만, 자동차로 매장을 찾던 원거리 고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졌다.

하지만 서 점장은 다시 이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게 평소 생각이에요. 특히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철 나물은 어떤 보약보다 몸에 좋다고 자부해요. 바이러스가 창궐할수록 이런 음식을 찾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겁니다.” 실제 국내에서 코로나 이슈가 발생한 후 확진자 이슈가 불거지기 전까지 매장의 매출은 평소보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서 점장은 힘든 시기는 좋은 음식과 좋은 이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썰렁한 매장에 속상할 때면 이웃의 응원으로 힘을 얻는다. “고생했다고 차 한 잔 사 주시며 걱정해 주는 이웃들이 너무나 감사했어요. 전염병이 사라질 때까지 ‘사회적 거리’는 두더라도,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은 골목에 전달됐으면 합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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