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T에 치이고 코로나에 당하고…엎친 데 덮친 서면지하상가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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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T 도입으로 지상으로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유동인구가 급감하는 타격을 입은 부산 서면지하도상가 입주 점포들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7일 오후 서면지하도상가 출입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중앙버스전용차로(BRT)에 한 번, 코로나에 또 한 번….”

서면 지하도상가가 영업난에 신음하고 있다. BRT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지하도를 이용하는 시민이 줄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일대 유동인구까지 줄면서 매출 타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부산시를 상대로 임대료 현실화 등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몇 달 새 매출 70%가량 줄어
상인들 임대료 대폭 인하 호소

17일 오후 1시께 취재진이 찾은 서면 지하도상가 서면몰에는 행인을 찾기 힘들었다. 바로 위 지상에는 수십 명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 중이었지만 이곳 지하도상가로 내려오는 시민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지하로 내려온 이들도 점포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도시철도 승강장으로 종종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곳에서 10년 넘게 장사한 강인숙(52) 씨는 “이전부터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상인도 “정기 휴일 하루 빼고 한 달 내내 쉼 없이 일했지만 지난달 매출은 30만 원에 그쳤다. 수익은커녕 월세조차 내지 못할 판”이라며 가슴을 쳤다.

서면몰 상인회에 따르면, 서면 지하도상가에 있는 360여 개의 점포 대부분의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11월에 비해 70% 가까이 줄었다.

상인들은 먼저 BRT 개통으로 설치된 지상 횡단보도를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 지난달 21일 부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사태가 확산된 것도 지하도상가 매출 감소에 불을 지폈다. 지하는 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폐돼있어 시민들이 방문을 피했기 때문이다.

서면 지하도상가 상인들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부산시는 관련 대책을 내놨다. 시는 “공유재산이나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4월부터 3개월 동안 임대료 50%만 받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면 지하도상가는 부산시 산하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한다.

서면 지하도상가 조임숙 서면몰 상인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는 연말까지 이어질 텐데 단기간 임대료 인하로는 상인들이 버틸 수 없다. 연말까지 장기간 인하가 돼야 하고, 60~70% 정도의 임대료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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