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봉쇄…외출 제한… 지구촌 ‘팬데믹 카오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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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말레이시아의 ‘국가 봉쇄(lockdown)’ 시행 하루 전인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와 싱가포르를 잇는 다리 위에 차량들이 가득 줄지어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8일부터 31일까지 외국인과 자국민의 국내외 이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말레이시아의 ‘국가 봉쇄(lockdown)’ 시행 하루 전인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와 싱가포르를 잇는 다리 위에 차량들이 가득 줄지어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8일부터 31일까지 외국인과 자국민의 국내외 이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 18일(GMT 표준시 기준, 이하 동일) 오전 9시 현재 미국 월드오미터 각국 발표를 취합한 코로나19 발병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8만 3319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확진자는 계속 늘어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이동 제한을 넘어 개인의 외출을 제한하는 ‘우한식 외출제한령’이 확산되고 있으며,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라는 초강경 국경 통제대책을 시행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도 잇따라 국경을 봉쇄하거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그야말로 세계가 움츠러들었다.


전 세계 확진자 20만 명 육박

외국인 입국 금지 국가 속출


EU, 외국인 30일 여행 금지 검토

상점 영업 중단·지방선거 연기


미국 각 주 고강도 조치 잇따라

해안 6개 지역 ‘자택 대피명령’


말레이시아, 2주간 ‘국가 봉쇄’

정부·민간 기업, 학교 모두 폐쇄


■캘리포니아, 미국서 첫 ‘이동제한령’

17일 현재 미국 내 확진자는 4743명으로 전날 오후보다 약 1000명이 늘었다. 미국 각 주에서는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를 저지하고자 고강도 조치가 잇따랐다. 낙관론으로 일관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미국을 위한 대통령의 코로나19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10명 이상은 모이지 말고 외식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앞으로 15일간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주 해안 6개 지역은 ‘자택 대피명령(Shelter in place order)’을 내렸다. 이들 지역 주민은 17일 0시부터 다음달 7일까지 출근이나 생필품 구입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러야 한다. 발원지인 중국의 우한에서 시행된 봉쇄령과 유사한 외출 제한이다.

이날 미국 여러 주가 식당·술집의 영업 제한에 동참했다. 수도 워싱턴DC와 인근의 메릴랜드주는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 등을 전면 폐쇄했다. 동부의 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도 공동으로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 체육관, 영화관, 카지노 등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도 운영을 중단했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직원 가운데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미국의 수학능력시험, SAT는 5월로 예정된 시험 일정을 취소했다.

이밖에 중남미에서도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16일까지 중남미 20여 개국에서 1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왔다. 베네수엘라와 페루도 외출 제한에 나섰고, 파라과이는 야간 통금 시행에 들어갔다.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 속출

질병 확산을 차단하는 내부 통제와 함께 국경 ‘장벽’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앞서 각국은 중국, 이탈리아, 이란, 한국 등 ‘유행 국가’에서 도착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빗장을 걸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환자가 폭증한 최근 이틀 새 모든 외국인 입국을 막는 초강수를 채택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6일 “우리는 캐나다 국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들의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폴란드, 카타르, 콜롬비아, 칠레, 과테말라 등도 앞으로 15일 이상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으며, 인도도 사실상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에 준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콜롬비아는 자국민의 출국까지 막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도15일부터 모든 국제 항공편을 중단, 인근 걸프국을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이 실질적으로 차단됐다.

사람과 물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신봉하고 보장하는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비상 사태 앞에 굴복했다.

EU 회원국 중 국경 폐쇄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독일이 전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 국경에서 화물과 통근자를 제외하고 이동을 차단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외국인의 EU 여행을 30일간 금지하는 방안을 17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서 논의한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17일 오전 9시 현재 확진자가 2만7980명, 사망자가 2158명에 달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9942명, 342명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독일(7272명), 프랑스(6650명), 스위스(2200명), 영국(1551명), 네덜란드(1414명), 노르웨이(1333명), 스웨덴(1103명), 벨기에(1058명), 오스트리아(1018명) 순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독일, 스위스, 그리스에서도 필수업종을 제외한 상점 영업을 중단시켰고, 프랑스는 전 국민에 대해 15일간 외출 제한령을 내렸다.

프랑스는 3월 22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결선투표를 연기했고, 세르비아는 4월 26일로 예정된 총선을 미루기로 했다. 독일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장거리 운항의 90%를 줄이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국가 봉쇄’ 예고

말레이시아는 17일 확진자가 553명으로 치솟으면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아지자 2주간 ‘국가 봉쇄’를 결정했다.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의 해외여행 또한 금지하며 해외에서 돌아온 자국민은 14일 동안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보건·금융·식량 공급 등의 필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휴업하며, 학교도 모두 문을 닫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7일 국가 봉쇄를 하루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슈퍼마켓, 약국 등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국경을 접한 싱가포르로 봉쇄 전에 이동하려는 차량들이 도로에 몰리기도 했다.

필리핀도 누적 확진자가 142명으로 늘고 12명이 사망하면서 ‘적색 경보 2단계’를 발령하고 마닐라를 포함한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인 5700만 명이 거주하는 루손섬을 통째로 봉쇄했다.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와 이란의 이웃 나라 파키스탄 등도 환자가 속출하면서 감염병 저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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