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꺼려지는 세상 ‘원격진료’ 규제 풀리나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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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원격진료

부산대병원 해양의료연구센터 최병관 교수가 원양선박 선원과 화상을 통해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해양의료연구센터 최병관 교수가 원양선박 선원과 화상을 통해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에 오는 것을 꺼리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의사와 얼굴을 마주 보는 대면 진료 대신에 전화상담이나 원격진료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의료전달 체계의 변화와 함께 진료 방식에 변화가 오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 사회적 거리 두기 강조

부산대병원 한시적 원격진료 허용

모바일 앱 통해 전자처방전 전송도


비대면 진료로 오진 가능성 높아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 부작용도


부산대병원이 지난 8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전자처방전 서비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이 지난 8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전자처방전 서비스. 부산대병원 제공

■전화로 상담하고 처방도 모바일로

심부전증으로 대학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아오던 60대 초반의 P 씨.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방문을 한참이나 망설였다. 집에서 병원과의 거리도 멀어 당초 예정된 진료 일자를 넘기고 있던 P 씨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본인의 상황을 얘기했다. 문의 결과 P 씨의 경우에는 집에서 전화 상담으로 처방이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모바일 앱’ 사용법도 같이 안내를 받았다. P 씨는 앱으로 접수를 하고 약속된 시간에 주치의와 전화 상담을 한 후 수납을 끝내고, 앱으로 전자처방전을 발급받았다. 환자의 집 근처에 있는 약국으로 처방전이 전달됐고 약사로부터 복약지도를 받고 약을 수령할 수 있었다.

부산대병원이 8일부터 부산시약사회 협조를 받아 전자처방전 전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을 통한 원격진료가 허용된데 이어 이번에는 모바일 앱으로 전자처방전 서비스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진료를 받고 앱을 통해 환자가 원하는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전화로 상담과 처방이 가능한 진료과는 신경과, 가정의학과, 흉부외과, 소화기내과, 재활의학과, 비뇨의학과 등 8개 정도다.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기저질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처방에 변화가 없이 약을 추가로 받아가는 재진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파킨슨병, 뇌전증, 일반 편두통, 뇌경색증 등과 같이 장기적인 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비대면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로 인해 타인 접촉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환자의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약국 내 조제 대기시간도 필요 없어 환자들의 호응이 높다.

부산대학병원 이정주 병원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와 지역 내 확산 방지를 위해 음압 병동과 선별진료소, 안심외래센터를 운영하면서 전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 지역 최초로 부산시약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전자처방전 전송 서비스를 도입하게 돼 감염 확산 예방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환자 원격진료는 지금도 허용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지금의 원격진료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분야와 일부 도서지역 등에서만 원격진료가 합법이다.

지역의 대학병원들이 해외 원격진료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고신대 복음병원은 지난해 7월 몽골 국립 법무부부속병원(그린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병원 내에 원격협진거점센터를 개소했다. 국내에 들어올 몽골환자가 국내 의료진과 현지에서 화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해외환자의 사전·사후관리에 필요한 협진 시스템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고신대 복음병원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아스타나에도 비슷한 원격협진거점센터를 갖고 있다.

동아대병원도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원격진료센터를 구축했다. 현지 환자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화상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알마티 현지 병원과 동아대병원 국제진료센터가 화상으로 연결돼 있다.

부산대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선원들을 위해 해양원격의료시범사업을 2015년부터 해왔다. 세계 최초로 원양선원을 대상으로 한 해양원격의료 시연회를 선보였으며 병원 내에 해양의료연구센터를 갖추고 있다. 위성을 통해 선원들의 응급처치와 건강 모니터링, 건강상담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향후 원격진료 향방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원격의료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규제가 풀리면서 향후 닥쳐올 변화의 바람이 심상찮다. 불법으로 묶여 있는 원격진료 논의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전달체계의 유지와 안전성을 이유로 원격진료를 반대한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돼 동네의원과 지역 중소병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비대면 진료로 인한 오진 가능성도 높다. 감기 등과 같이 간단한 질환은 무방하지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질환까지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의사회 양승인 이사는 “환자의 체온도 측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 감기와 코로나19를 증상만으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진단이 안 되고 이로 인해 치료가 지연되며 결국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원격의료를 원하면 의사들이 반대한다고 막을 수 없다. 원격진료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하는 것이 의료계에 던져진 또 다른 숙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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