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캐나다 ‘요양원 참사’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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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라스 프라데라스’에서 직원들이 한 노인(가운데)에게 음식을 먹이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라스 프라데라스’에서 직원들이 한 노인(가운데)에게 음식을 먹이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여러 국가의 노인요양시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은 노인요양시설 사망자가 무려 3600명에 달한다고 13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 현황을 취합한 결과, 노인요양시설 사망자는 모두 362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AP통신의 열흘 전 집계치(450명)와 비교해 700% 폭증한 수치다.


요양시설 거주 노인 희생 급증

미국에서만 3600명 이상 사망

유럽 5개국 사망자 절반 차지

런던정경대 “최악 상황 올 수도”


통신은 만성적인 관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개인 보호장비마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서 요양시설 집단 사망 현상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고령자들이 밀집한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를 내는 패턴은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노인요양시설 거주자 9만 6000명 가운데 1880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노인요양원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한 시애틀 외곽의 ‘라이프케어센터’에서는 현재까지 43명이 코로나19로 희생됐다.

연방정부 보건당국은 조사를 벌인 결과, 이 요양원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폐렴 환자 발생 사실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고, 요양원 거주자에게 적절한 응급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라이프케어센터’에는 61만 1100달러(7억 4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또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교외의 한 요양원에서는 100여 명이 감염돼 42명이 숨졌고, 인디애나주 중부의 한 요양원에서도 24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매사추세츠주 홀리요크의 재향군인회 요양시설에선 88명이 감염되고, 33명이 사망하면서 요양 시설이 코로나19 확산 기간 노인들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유럽 국가 사망자의 절반가량도 요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이 각국 정부 등으로부터 수집한 초기 집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등 5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중 42∼57%가 요양원에서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 보도했다.

스페인의 경우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 새 발생한 사망자 중 57%가 요양원에서 나왔으며, 아일랜드는 그 비율이 54%로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요양원 사망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으며, 벨기에는 42%를 기록했다.

조사를 주도한 LSE 측은 “요양원은 물리적으로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장소”라며 “방역 대책 시행의 어려움에 더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자와 의료지식이 부족한 직원 등으로 인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영국의 전국 요양원 대표기구인 ‘케어 잉글랜드’는 지난주 수많은 요양원 내 사망자가 두 배로 증가했으며 총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환자가 지난 주말 사이 3500여 명 증가해 총 2만 5680명으로 집계된 캐나다는 13일 누적 사망자 또한 780명에 이른다. 또한 이날까지 캐나다 내 코로나19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노령층이 거주하는 장기 요양시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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