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상승세 꺾인 유럽 ‘코로나 빗장’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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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봉쇄 해제를 고려 중인 스페인 정부가 어린이들의 외출 제한을 완화한 26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10대 소녀 2명이 뒤쫓아 오는 아버지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일일 사망자 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코로나19 사태의 하향 안정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나면서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걸어 잠근 빗장을 조금씩 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보다 260명 늘어난 2만 6644명으로, 하루 사망자 수가 6주 만에 200명대로 떨어졌다.


이탈리아·스페인 곧 봉쇄 완화
伊, 내달 4일 생산 활동 재개
휴교령은 다음 학기까지 유지
스페인, 어린이 외출 제한 완화

영국은 봉쇄 해제 추진에 우려
“재확산 없다는 증거 있어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봉쇄 조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대략적인 시간표를 공개했다.

우선 제조업과 건설공사 등 대부분의 생산 활동이 내달 4일부터 재개된다. 수출품을 만드는 전략적 업종은 그보다 앞선 27일부터 생산활동이 허용된다.

일반 상점과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은 내달 18일 문을 열고, 음식점과 술집, 미용실 등은 6월 1일 영업을 재개한다. 다만 음식점은 내달 4일부터 포장 판매가 가능해져 음식점에서 주문한 식·음료를 '테이크 아웃' 방식으로 집 또는 사무실로 갖고 가 먹을 수 있다. 현재는 배달 음식만 가능한데 허용 범위가 다소 넓어진 셈이다.

이동제한 완화와 관련해선 식료품·의약품 등 필수용품 구매, 출·퇴근과 같은 업무상 사유 등에 더해 가족과 친척을 만나는 것을 추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동 사유를 적시한 자술서를 소지해야 하는 의무 규정도 당분간 유지된다.

대규모 가족 모임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일절 금지되며, 가족·친지를 만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대학을 비롯한 각급 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에야 다시 문을 연다. 가톨릭 미사 금지 조처도 당분간 유지된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도 일일 사망자 수가 5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26일 기준 2만 3000여 명을 넘어섰다.

이에 지난달 14일부터 강력한 봉쇄령을 시행해 온 스페인은 이날 어린이들의 외출 제한을 완화했다. 14세 이하 아동은 부모와 동행하는 경우 하루 한 시간 동안 거주지에서 반경 1km까지 외출이 가능해졌다. 어린이 이동제한이 풀리자 스페인 곳곳에서는 어린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마스크를 쓴 채 집 밖으로 나와 6주 만의 외출을 만끽했다. 하지만 영국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26일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엄격한 봉쇄조치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외부활동을 허용하는 것이 언제쯤 안전해질지 들여다보고 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달 20일부터 모든 카페와 주점, 식당의 문을 닫도록 한 데 이어 23일부터 슈퍼마켓 및 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중환자실까지 거치며 2주 이상의 공백기를 가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관저로 복귀해 27일 업무 재개를 준비 중이다. 존슨 총리는 사업장과 학교가 다음 달 7일 다시 문을 열어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제한은 유효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봉쇄를 완전히 해제하기보다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면역’ 실험으로 주목받은 스웨덴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를 강화해, 이를 지키지 않는 식당과 술집은 영업을 중단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학교와 상점 문을 닫거나 시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웨덴은 50명이 넘는 모임을 금지한 것 외에 초등학교와 카페, 식당, 체육관 등을 계속 열어 두고 있다. 스웨덴의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의 3~6배 수준으로 많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폰 기반 코로나19 방역 방식에 대해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승인 결정이 나왔다.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는 정부가 개발과 보급을 추진하는 ‘스톱코비드(Stop Covid)’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기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추적 애플리케이션의 취지가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약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단, CNIL은 프랑스 정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스톱코비드’ 앱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려받도록 하고 사용자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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