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 없어 눈에 톱밥 들어가도 꾹 참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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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졸업생이 말하는 실습 현장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교내 실습실 안전 보장 등 ‘특성화고 학생 6대 요구’를 발표하는 모습.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제공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지난 2월 ‘특성화고 학생·졸업생 교육·노동환경 및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냈다. 특성화고 3학년 학생과 졸업생 71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는 위험한 실습 현장에 노출된 학생들의 이야기가 생생히 담겼다.

서울의 한 디자인 관련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A(19) 군은 “레이저 커팅기를 이용해 나무를 잘라야 하는데 고글도 없었다. 대신 아크릴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톱밥이 눈에 들어가면 아팠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실습하는 줄 알고 꾹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측의 안전 지도도 허술했다고 증언했다. A 군은 “실습 중 친구가 손가락이 반 정도 잘렸는데 병원 가서 봉합한 뒤 ‘왜 정신 못 차리냐’고 다그치면서 안전지도는 안 한다. 그러니 1년에 한두 번씩 꼭 사고가 난다”고 전했다.

광주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B(19) 군은 현장실습 때 생긴 흉터가 아직도 한 번씩 아린다. B 군은 “공작물을 작업하는 데 학교에서는 털이 달린 장갑을 줬다. 장갑 털이 빠지는 탓에 다들 장갑을 안 끼고 작업했다”면서 “그러다 공작물이 갑자기 내려앉으며 손을 다쳤다. 근로자들은 고무장갑을 끼고 하는데 학생들은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톱질을 맨손으로 하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도 빈번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350~400도에 달하는 뜨거운 히팅건을 사용하는 데도 얼굴을 보호할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다른 학생의 주장도 있었다.

학생들은 현장실습 참여 업체나 학교가 안전 문제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업 특성화고 졸업생은 “안전 문제에 대해 회사에서 책임지고 교육해야 하는데 학생에게 ‘알아서 하라’고 다 떠넘긴다. 교육부 등 유관기관에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교육이 더 세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기계공고 졸업생 김동혁(29) 씨는 “학교에서 안전 교육을 받을 때 전공에 상관없이 일괄적인 내용을 알려줘 아쉬웠다. 조선과는 용접 업무가 많으니 마스크 제대로 착용하는 법, 전자과는 감전을 피하는 법 등 세세한 안전 수칙을 알려줘야 안전사고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이 기획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부산일보가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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