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 없었던 吳, 정무 라인과 윗선이 종용했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을 저지른 후 4·15총선 이후까지도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의 사퇴가 본인의 의사가 아닌 부산시의 정무 라인과 그 윗선인 친문 ‘이너서클’의 정치적 결정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거돈 성추행 사퇴 파문 확산
“市 사업 잘 도와 달라” 등 내용
총선 후 野 당선인 다수에 전화
“사퇴 생각한 사람 같지 않았다”
장형철·박태수, 거취 두고 이견
친문 ‘이너서클’ 사퇴 결정설도
吳, 친문·민주당에 서운함 토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 전 시장은 ‘4·15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6~17일 야당인 미래통합당 당선인 다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시정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화를 한 통합당 당선인 대부분은 오 전 시장이 “시 사업을 마무리 잘할 수 있게 도와 달라” “언제 한번 보자” 등의 발언을 한 점으로 미뤄 시장직 유지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초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공증이라는 법적 절차까지 밟으며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곧 사퇴를 하는 시장이 굳이 야당 당선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시정 협조를 당부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으며 따라서 총선 이후까지 사퇴를 결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통합당 한 현역 의원은 27일 “오 전 시장이 선거 직후 전화를 걸어와 ‘저는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다. 당을 넘어 시정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도저히 선거 후 사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의 사퇴는 자신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정무 라인과 친문 이너서클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다수의 여권 인사에 따르면 부산시 장형철 정책수석보좌관이 사건 당일 피해자의 제보를 받아 사건 처리를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장 수석은 사건을 무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대응했지만, 피해자가 강경하게 나오자 피해자를 달래 총선 전 폭로를 막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장 수석은 이 과정에서 박태수 전 부산시 정책수석보좌관과 상의했고, 이 내용을 친문 이너서클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 전 시장의 직계인 박 전 수석은 사퇴를 막는 쪽에 무게를 뒀지만, 장 수석은 총선 전 폭로를 막고 향후 대선 등에 나타날 수 있는 대형 악재를 미리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4·15 총선을 앞두고 친문 이너서클이 오 전 시장 사퇴를 결정했고, 오 전 시장은 이와 관련해 친문과 민주당 쪽에 서운한 감정을 여러 번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오 전 시장의 사퇴 결정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측면이 아니라 친문 세력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향후 대선 등의 악재를 제거하려는 측면에서 이뤄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 여권 측 인사는 “청와대나 민주당 출신의 부산시 정무 라인이 당연히 총선을 고려해서 행동하지 않았겠느냐”며 “오 전 시장을 데리고 온 것도, 사퇴시킨 것도 친문이라면 이참에 비선 친문은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한·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