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 가이드] 롯데, 네 멋대로 ‘야구’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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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어린이날 KBO 정규시즌 개막

한 시즌을 준비하는 팀의 색깔은 대체로 스프링캠프부터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초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펼쳐진 롯데의 훈련 장면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팀 훈련 시간 3시간 남짓. 공식적으로 오전 9시 훈련장에 모여 오후 1시 이전에 훈련을 마무리 지었다. 점심 식사 이후 선수들이 떠난 그라운드는 휑했다. 일부 팀이 전지훈련 장소에서 야간 훈련까지 감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도 롯데는 초지일관 그랬다.

허문회 감독의 ‘자율 야구’
“스스로 생각하며 운동하라”
이대호 “눈치 보지 않고 훈련
팀 분위기 긍정적으로 변해”

그렇다고 선수 개개인의 훈련량이 적은 게 절대 아니었다. 공식 훈련이 시작되기 전부터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루틴조’는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대신 모든 과정이 자율에 맡겨졌다.

베테랑들도 몸에 밴 루틴에 따라 새벽에 일어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하루를 열었다. 팀 최고참 중 한 명인 이대호는 차량으로 20분 걸리는 훈련장까지 걷고 뛰면서 각오를 다졌다.

허문회 감독은 틈날 때마다 “선수 스스로 자기를 위해서 운동 방향을 설정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율을 강조했다.

여유 시간이 생긴 선수들은 각자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기술 훈련에 매진했다. 팀 훈련이 줄자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이 모두 “스스로 생각하며 운동해야 효율이 높다”는 허문회 감독의 철학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연봉을 많이 받고 FA도 하고 싶으면 숙소에 가둬놓아도 연습하러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런 마음이 생겨야 100%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허 감독은 귀국 후엔 훈련 전 10분가량 미팅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선수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자율에서 비롯된 효율성과 자신감을 선수들이 되새기게끔 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좋았다. 이대호는 “과거 감독이 바뀔 때마다 훈련 양이 늘었고 결국 시즌 중반 체력 저하에 시달렸다. 결과적으로 성적이 하강 곡선을 그리는 일이 반복됐다”면서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각자 알아서 효율적으로 훈련하면서 팀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5월 5일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 허문회 감독의 자율 야구가 가을에도 야구하는 롯데를 만들지 기대된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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