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 바쁜 吳, 무책임한 행동 언제까지” 들끓는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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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잠적한 오거돈

성추행 사건으로 지난달 23일 사퇴 후 잠적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주째 시장 관사에서 짐을 빼지 않고 있어 공유재산 관련 조례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경현 기자 view@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4일 경남 거제의 한 펜션에서 목격된 이후 다시 잠적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사퇴 이후 7일 기준으로 14일째 숨어지내고 있다.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주고 부산 시정에도 혼란을 초래하고는 정작 숨기에만 급급한 오 전 시장의 무책임한 모습에 비난 여론이 가중되고 있다.

측근이나 주변인 도움 받아
경남 또 다른 곳으로 옮긴 듯
소환 대비 치밀한 준비 가능성
2주째 관사에서 짐도 안 빼
관리·인건비 등 시민혈세 낭비


오 전 시장은 지난 4일 경남 거제의 A펜션에서 <부산일보> 취재진에 의해 목격된 이후 곧바로 행방을 감췄다. 현재 A펜션 출입문에는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으며 외부인의 출입도 통제되고 있다. 목격 당시 오 전 시장은 성추행, 수습 과정에서의 정무 라인 개입 등 각종 의혹에 관련된 기자의 질문을 외면한 채 도망치듯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오 전 시장이 이후 또 잠적을 이어가면서, 오 전 시장을 도와주는 주변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또 당시 머물던 펜션 소유주의 다른 펜션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펜션 인근 주민은 “해당 펜션의 주인은 경남에 많은 펜션을 소유하고 있고, 오 전 시장과도 친분이 깊어 사퇴 이전에도 인근에서 목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성추행 사건 파장 확산으로 오 전 시장이 외부 활동을 하기 힘든 점으로 미뤄, 주변인으로부터 생필품 등을 정기적으로 공급 받는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이 또 잠적하자, 시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것이다. 사퇴 직후 아무런 인수인계 없이 잠적해 부산 시정 전체를 흔들리게 만든 장본인이 성추행, 불법 청탁 등 각종 의혹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펜션 소파에 누워 책이나 읽고 유유자적하며 숨어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 김 모(61·동래구) 씨는 “시정 혼란에 대한 진솔한 사과 없이 숨어서 에세이나 읽고 있다니 오 전 시장을 뽑았던 유권자로서 화가 난다. ‘사람 잘못 봤다’는 그의 말처럼 시장 잘못 뽑았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 전 시장이 잠적해 입을 닫고 있으나, 경찰 강제 소환은 현재 요원한 실정이다.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은 현재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은 가장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후 가해자나 피의자를 소환한다. 피해자 진술 확보가 늦어지면 가해자인 오 전 시장의 경찰 소환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 전 시장은 경찰에 소환되기 전 시간을 활용해 경찰 조사를 준비하면서 치밀한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오 전 시장은 2주째 관사에서 짐을 빼지 않고 있어, 공유재산 관련 조례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조례 ‘제42조 관사 사용허가의 취소’ 에 따르면, 사용자가 직위를 그만두거나 사용을 그만두려는 경우에 관사 사용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사퇴했는데, 짐을 빼지 않아 아직도 관사를 사용하는 셈이다. 7일 현재까지 이사 관련 통보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세금으로 충당되는 관사 운영비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장 관사 관리를 위해 인건비를 제외하고 연간 1억 18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관사에는 청원경찰 8명, 조경관리 직원 2명, 숲속 체험도서관 직원 2명이 근무하고 있다. 부산시는 오 전 시장이 관사에서 짐을 빼는 대로 관련 인력을 줄여 예산을 절감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오 전 시장 측에서 연락은 없지만, 관사에서 강제적으로 짐을 뺄 순 없는 노릇”이라면서 “관사가 비워지는 대로 현재 근무하고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형·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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