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기자재산업] (하) 일감 마르기 전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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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물류센터 공동 운영하면 물류비 30% 절감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조선기자재물류센터. 현재 적치율 포화상태로, 새로운 제2 공동물류센터 건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종열 기자

부산 조선기자재산업이 위기다. 올해가 지나면 일감이 바닥난다.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일감의 여력이 남아 있기에, 일감이 바닥나는 내년이 오기 전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회생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회생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과감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업체별 추가 원가 절감은 무리
IoT·블록체인·AI 등 기술 접목
스마트 플랫폼·공동 보관 ‘효과’
제2 물류센터 국·시비 지원 필요미래형 선박 건조도 적극 나서야 


■스마트 물류센터로 물류비 절감

세계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량이 줄면서 치열해진 가격경쟁은 선박 단가를 낮추고, 이에 기자재 단가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이미 수년간 마른 수건마저 쥐어짠 조선기자재업계에선 “개별 업체별 추가적 원가절감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대신 업계 공동물류를 통해 현재의 높은 물류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조선기자재 공동물류센터 개소와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조선기자재산업의 경우 조선소의 생산일정에 따른 납기일정 변경이 잦다. 이는 납품대기화물의 보관료, 운송료 등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제품의 주문·생산·포장·운송·판매의 전 과정에 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물품을 보관·운반한다면 물류비를 3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하 기자재조합)은 2007년 녹산공단 내에 조선기자재물류센터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 일부 배관자재들에 한해서 공동납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기자재조합은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 배후단지 3만 3058㎡ 부지에 건축면적 2만 3140㎡ 규모의 제2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의 부지 무상 사용 허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건립사업비(국비) 180억 원, 부산시비 100억 원 등의 지원 요청을 검토 중이다.



■공격적 선박금융으로 신규물량 확대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지난달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중 첫 물량인 LNG운반선 16척 건조 계약을 중국 조선소에 빼앗겼다. 이는 ‘빅3’를 절대적 판매처로 두고 있는 부산 조선기자재업계에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업계는 이 같은 결과의 원인 중 하나로 중국 측의 선박금융 조건이 한국 측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는 점을 꼽는다.

조선기자재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해외 선주든 자국 선주든 배를 건조하는데 드는 총 비용의 90% 이상을 대출한다”며 “반면 한국의 경우 해외 선주들에게는 최대 대출 기준이 80%(OECD 수출신용협약 기준)까지이고, 그나마도 현실적으로는 60%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선박금융 중 선주금융의 경우 국내 선주들의 금융 지원에 무게중심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이 작은 국내 선주들보다 해외 선주들의 물량을 유치해야 하는 조선업계나 조선기자재업계에선 이런 국내 선박금융의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금석 기자재조합 이사장은 “현재는 지원이 부족한 글로벌 선주사의 국내 발주를 장려하기 위해 선박금융 비중도 과감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효성 있는 R&D·관공선 조기 발주

결국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국내 조선기자재의 기술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업체들이 아무리 R&D(연구개발)에 힘을 쏟아도, 현재의 구조로는 이를 상용화하는 데 여러 장애가 따른다. 조선기자재업계 관계자는 “R&D를 통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기자재를 국산화하더라도, 어떤 선주나 조선소도 이를 선뜻 사용하지 않는다”며 “실재로 선박에 사용된 실적이 없으니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신뢰를 못 얻으니 다시 실적을 쌓기가 어려운 악순환 구조에 빠지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특정 기자재의 국산화가 성공할 경우, 정부나 관련 기관이 해당 기자재에 대한 안전성 보증을 책임지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업계에선 선박 건조 때 새로운 기자재를 사용해 이상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정부나 금융기관, 업체가 함께 책임지는 이른바 ‘위험보험’ 상품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꼽는다.

이와 함께 정부가 수소선박·자율운항선박과 같은 미래형 선박의 시험 건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래형 선박 건조를 통해 업체가 개발한 신기술을 접목할 때, 업체가 개발한 기자재의 실적을 쌓을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 미래기술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래형 선박 건조뿐 아니라 기존 노후 관공선 교체 시기를 앞당겨 새로운 관공선을 조기 발주하는 것도 당장 일감이 부족한 조선기자재 업계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 -끝-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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