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 시장 사건 계기로 성범죄 인식 확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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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은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입니다.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으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업무상의 위력에 의한 범죄입니다. 개인의 행위,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건 본질을 외면하는 행위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피해자 지원단체에 대한 왜곡된 비난을 보며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부산여성단체연합 석영미 대표의 목소리는 간절하고 단호했다. 지난 3월 18일 신임 대표로 선임된 후 석 대표는 하루도 쉬지 못했다. 매일 쏟아지는 위급한 사안들을 두고 대책 마련 회의, 연대회의, 성명 발표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양성평등 전담 부산시 조직 만들어야
시조례 개정안 6월 통과에 힘 모을 것
디지털성착취·비정규직 문제도 집중”

46개 단체가 함께 한 ‘디지털성착취 부산공동대책위원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대책 마련과 정책 제안, 토론회 등을 준비했다. 어느 정도 결과물이 모일 즈음 오 전 시장 성범죄 사건이 터졌다. 다시 부산의 주요 여성단체들,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부산시와 시의회에 양성평등, 성인지 정책을 담당할 시(市) 조직을 오래전부터 제안했습니다. 현재 출산, 가족, 아동청소년 복지 문제에 집중된 여성가족국은 성평등과 성인지 정책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여성가족정책실로 위상을 높여 성평등 정책, 여성 노동문제까지 포함해서 논의해야 합니다.”

석 대표는 전담 성평등노동팀이 있는 서울시와 비교해보면 부산시의 현 실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오 전 시장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대신 시장직 사퇴를 요구했는지 의심스럽다거나 성폭력상담소의 지원 방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데 이는 성폭력범죄의 특수성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실제로 다수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신고해도 피해를 오롯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형사, 사법적인 절차를 진행하면서 소요되는 피로와 고통 때문에 선뜻 형사 고소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폭력상담소의 지원 활동도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24조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지원 업무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오직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석 대표는 우선 부산시가 빠른 시일 내 양성평등 전담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부산여성단체, 시민단체들과 함께 시의회 조례 개정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6월 회기 내 발의해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한다.

“디지털성착취 부산공동대책위원회에는 대학생 단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젊은 세대들의 활동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정규직 여성들의 고통이 심해지는데 이를 살펴보는 활동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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