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센텀 고목과 지하 토양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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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재 (주)이화기술단 대표이사 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 건설드론 분과위원장

부산 해운대 센텀 나루 공원에는 수형이 아름다운 팽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부산 강서구 천가동 율리마을, 그러니까 가덕도 한적한 마을 어귀에서 500년 풍상을 견디며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 온 노거수(老巨樹)이다.

이 노거수는 하마터면 수명을 다할 뻔했다. 가덕도 순환도로 개설공사를 맡은 업체는 걸림돌인 나무들을 벌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율리마을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 같은 당산목을 지키려고 극구 반대했다. 결국 부산시가 이주 비용 2억 5000만 원을 들여 팽나무 두 그루를 나루 공원에 옮겨 심었다.

두 그루의 팽나무 옮겨심기는 그야말로 큰일이었다.

주민들은 무속인을 불러 이사를 가더라도 잘 살아달라며 며칠간 제사를 지냈다. 나무 이식 전문업체도 높이 10∼12m, 무게 100t에 달하는 팽나무를 옮겨심기 위해 그야말로 큰 공사를 벌였다. 나무의 뿌리를 온전히 살리면서 밑동을 파낸 다음 바지선 두 척에 두 나무를 싣고 48㎞ 떨어진 해운대로 해상운송 했고, 다시 대형 트레일러에 실어 나루 공원으로 옮겨 심었다.

노거수의 이식 과정도 쉽지 않았다. 조경기술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몇 년 동안 링거 수액을 매달았고, 지지목을 보강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바다 건너 센텀으로 이주해와 나루 공원의 명품 수목이 되어 신록의 새순을 내밀고 있다. 이 팽나무 두 그루는 자연보호의 가치를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것은 인공구조물과 자연 생명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도시건축물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에게 힐링과 안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 되면 신록의 풍성한 그늘이 더위를 식혀주는 도시 숲은 인공과 자연의 조화로움이다.

숲을 이루는 나무가 생장할 수 있는 필수 요소는 햇빛과 토양수이다. 그런데 도시환경은 빌딩 숲으로 햇빛을 가리고 콘크리트 지표면 포장으로 지하수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하구조물 건설을 위해 지중 차수벽을 설치하여 지하수 흐름을 차단하고 지하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수를 펌프질하여 하수도나 하천으로 방류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지하 토양 수위가 낮아져 조금만 가뭄이 들어도 가로수들은 고사 위기를 당하여 나무마다 물통을 매고 있는 모습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사람 사는 도시환경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가 필요하다. 태양이 골고루 비추고 지기(地氣)가 왕성한 곳에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우주탐사 과제 중 하나는 탐사 행성에 물의 존재 여부를 찾는 것이다.

물이 존재하면 생명체가 있을 것이고 생명체가 있다면 인간의 이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밟고 사는 땅속에 생기가 존재하는지, 죽은 땅 위에 사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황폐해져 가는 지하토양을 잘 보존하여 금수강산이라는 아름다운 낱말을 지켜내야 한다. 지하 공간 개발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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