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바닷가 테트라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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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방파제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테트라포드(Tetrapod). 1949년 프랑스에서 처음 개발된 테트라포드는 둥근 기둥 모양의 다리가 4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로 ‘사발이’로도 불린다. 개당 무게가 20t에 달하고 높이는 5m가량. 육중한 덩치로 파도와 해일의 힘을 약하게 만들어 해안선과 방파제의 침식을 방지할 목적으로 호안공사에 주로 쓰인다. 항구와 어촌에서 월파와 방파제 유실을 막기 위해 많이 설치했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착한 용도를 가진 테트라포드이건만, 삭막한 회색의 인공구조물이라 아름다운 해변 풍광을 해치는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심각한 건 테트라포드가 ‘해안의 파수꾼’에서 ‘침묵의 살인자’로 자주 돌변한다는 점. 지난주 황금연휴에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방파제와 서구 남항대교 인근 해안에서 각각 사람이 테트라포드 아래로 추락해 1명이 숨지고 1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부산 소방당국이 테트라포드로 출동한 사례는 158건. 이 기간 부산에서 11명이 테트라포드 내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전국적으로도 매년 70~90여 건의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적지 않은 사람이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이는 테트라포드 표면이 밋밋하고 미끄러워 실족하기 쉬운 반면 잡고 오르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 대형 콘크리트들이 연속적으로 얼기설기 엮여 있는 구조여서 밑에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빠져나오기 어렵다. 게다가 행락객과 낚시꾼들의 무분별한 테트라포드 밀집지 출입과 부주의 등 안전불감증이 사고 확률을 높인다. 테트라포드의 위험성 때문에 해운대 청사포와 마린시티, 송도해수욕장 인근 등 낚시 통제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마저 아무런 제재 없이 출입이 이뤄져 문제다.

이에 테트라포드를 대체하려는 해양업계의 신기술 개발이 돋보인다. 경북 포항 H사는 표면에 잡고 오르내릴 수 있는 요철과 돌기가 있고 빨강 노랑 초록 등 무공해 염료를 섞은 컬러 테트라포드를 제작해 최근 경북 경주 수렴항의 낡은 테트라포드를 교체하고 있다. 안전과 미관을 다 잡는 셈이다. 부산 기장 Y사의 ‘회파 블록’은 기장 칠암·월내·연화리 일대 해안 경관을 깔끔하게 변모시켰다. 대형 블록에 뚫린 12개의 구멍에 파도가 드나들며 방향을 바꿔 다음 파도와 충돌해 세력을 약화시키는 원리다. 나란히 연결된 블록 위로 산책로와 난간 조성도 가능하다. 아무튼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역정책 속에 기온이 올라 바다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테트라포드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더욱 필요해졌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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