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지난 주말 서면 클럽 발 디딜 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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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늦은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한 클럽의 화면에 ‘거리 간격 유지 중’이라는 문구가 나오지만, 일부 입장객은 몸을 밀착해 춤추는 등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1시께 부산 대표 번화가인 서면 젊음의 거리엔 수많은 인파로 골목 곳곳이 북적였다. 전날인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클럽을 다녀온 부산 2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주로 20~30대로 보이는 이들은 코로나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부산 번화가 유흥시설 ‘문전성시’
발열 체크·입장객 명부 작성해도
‘거리 유지’ 안내문 있으나 마나
옆사람과 귓속말하며 밀접 접촉
마스크 안 쓰거나 턱 밑에 내려


이날 서면을 방문한 김 모(25·북구 화명동) 씨는 “이태원에 갔다 코로나에 감염된 부산 환자가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하지만 부산 클럽에 들른 건 아니지 않느냐.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 등 위생 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아 했다. 김 씨와 함께 온 박 모(24·연제구 연산동) 씨도 “실내에 들어갈 때마다 손을 씻고 있다”며 가던 발걸음을 마저 옮겼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지만 부산 대표 번화가인 서면의 클럽과 주점 등은 여전히 방문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부산도 클럽 등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경찰,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유흥시설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도 합동점검반 16명은 2개 팀으로 나눠 부산 서면 클럽 등 유흥업소 17곳을 들러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 3월부터 합동점검을 계속 벌였다. 점차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에 동참하고 있고, 클럽도 실내 테이블 간격을 띄우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클럽들은 방문객에게 입장 전 명부 작성을 시키고 있었다. 클럽 직원들은 입구에서 방문객의 신분증과 전화번호 발신을 확인하고 발열 체크도 했다. 이는 출입자 신분을 꼼꼼히 확인해 명부 정확도를 높여 달라는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클럽 안팎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클럽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 중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턱밑까지 마스크를 내리고 크게 웃으며 주변 지인과 얘기를 나눴다. 10일 오전 1시 서면 한 클럽 안에는 수십 명의 방문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촘촘히 서 있었다. 클럽 안에는 ‘사람 간 1~2m 거리를 유지해 달라’라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있었지만 대부분 옆 사람에게 귓속말을 하는 등 접촉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스크 또한 턱 밑으로 내리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 방문객들은 드물었다.

이런 실태에 일부 시민들은 지역 추가 감염을 우려하기도 했다. 부산진구 당감동에 사는 주부 백 모(39) 씨는 “정부와 의료진이 고생하는 이 시기에 클럽 가서 코로나 걸린 사람들은 치료비를 전부 스스로 부담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종식 선언도 나오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집에 있는 둘째 아들이 갑작스럽게 열이 났는데 감염이 걱정돼 병원 응급실도 가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소 완화되었으나 코로나19가 언제든지 폭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밀집 지역 방문을 자제하는 등 생활 속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주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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