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은 뭉그적대면서 인천엔 또 ‘새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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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인천공항 몰아주기’

국토교통부가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인천공항에 활주로를 하나 더 건설하겠다는 뜻을 밝혀 ‘인천공항 몰아주기’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인천공항 전경. 부산일보DB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극력 반대하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진전된 입장은 조금도 비추지 않으면서 갑자기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건설을 추진하고 나섰다. 전형적인 ‘인천공항 몰아주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토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 지상주의자들은 ‘인천공항 5활주로 건설과 동남권 신공항은 서로 별개의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인천공항 확장사업이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두 사안은 결코 분리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인다.


동남권 신공항 반대해 온 국토부
인천공항 4활주로 건설 와중에
수요 증가 대비 ‘5활주로’ 추진
“비수도권 주민 불편 당연시” 비난


■화물전용 아닌 5활주로 추진

10일 국토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재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은 급감했지만 향후 수요증가에 대비해 제5활주로 건설을 추진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5활주로는 스카이72 골프장 부지 중에서 54홀로 운영되는 바다코스 부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인천공항 제5활주로는 제2차 인천공항건설 기본계획(1995년)부터 인천공항 수요 증가에 따라 장래 최종단계에 건설하는 것으로 반영돼 있으나 구체적인 추진일정은 결정된 바 없으며 향후 수요 전망 등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활주로 건설은 하되, 아직 그 시기는 미정이라는 의미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 19일, 제4활주로 신설사업과 제2여객터미널 확장사업을 담은 인천공항 4단계 건설 기공식을 가졌다. 4단계 건설사업은 오는 2024년 마무리된다. 앞서 2018년에는 3단계 건설을 완료하면서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해 항공사별로 1터미널과 2터미널을 나눠 수용하도록 한 바 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확장으로 연간 수용능력 1억 600만 명의 초대형 허브공항이 완성되고 세계 최초로 여객 5000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여객터미널을 2개 보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4단계 건설사업 마무리가 아직 4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국토부는 벌써 5활주로 건설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사업에 대한 총리실 검증위의 결과 발표가 금명간 있을 예정이어서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 이후 행정 공백 우려가 있는 부산시의 처지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인천공항 확장 계획에는 제5활주로를 화물기 전용으로 설정됐다. 이를 통해 연간 630만t인 화물처리 능력을 1000만t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하게 될 제5활주로는 화물기 전용이 아니라 여객기와 공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국토부의 ‘인천공항 올인’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해와 인천공항 사이를 운항하는 내항기 승객은 모두 49만 8735명이다. 두 공항 사이를 KTX와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오가는 승객을 합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미주나 유럽으로 가기 위해 영남권 이용객 40%가 인천공항을 경유하고 나머지는 외국 공항을 경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주민들이 공항으로 인해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국토부는 김해공항 국제선 터미널 확장과 주차타워 신설조차 상당 기간 반대해 왔다. 한국공항공사가 정부 예산 없이 자체 비용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시급성을 수없이 국토부에 제기했으나 국토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를 막아오다 지역의 비난 목소리가 커지자 마지못해 이를 허락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국토부의 ‘인천공항 올인’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국내에 두 개의 대형공항 또는 복수공항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수도권 중심주의를 등에 업고 다른 정책과 맞물려 수도권 팽창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가 서울시내에 7만 호의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수도권 아파트 77만 호 중 50% 이상을 서둘러 입주자 모집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집값 안정화라는 의도를 감안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전국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는 폐해를 낳게 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인천공항 5활주로 사업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인천공항 승객증가가 빠르기 때문이라는데 인천공항은 그렇게 수요증가에 적절하고도 빠르게 대응하면서 매년 항공 승객이 폭증하는 동남권의 신공항에 대해서 미적거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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