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신설 딴지 걸고 항공화물 처리 막고… 국토부의 ‘김해공항 홀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홀대는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에서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다. 올해 3월 핀에어가 취항할 예정이던 이 노선은 코로나19로 인해 일단 취항이 7월로 미뤄졌지만 노선 신설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을 겪었다.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없는 부산시는 유럽행 노선을 하나라도 유치하기 위해 국토부를 문턱이 닳도록 찾았다. 당시 핀에어가 김해공항에 취항하겠다며 적극적 의지를 보였던 터였다. 하지만 지방공항의 해외노선 유치에 조금의 관심도 없던 국토부는 항공사 측에 이를 떠넘겼다. 국토부는 핀란드와의 항공회담에서 부산~헬싱키 노선 취항에 따른 우리 국적사 손실 예상액을 연간 300억 원이라고 주장하며 핀에어가 좌석공유 등 항공사 간 상무협정을 통해 이를 채워 주도록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자사 승객을 뺏길 것이 뻔한 상황에서 핀에어와 좌석공유 등을 일부러 할 필요가 없었고 이 때문에 협상은 상당 기간 공전됐다.

국제선 터미널 확장도 겨우 허락
‘인천공항 우선주의’ 여전히 견고

당시 김도읍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 편익과 민간항공사의 영업이익이 충돌할 경우 당연히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민간항공사의 영업사원을 자임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국빈방문에서야 이 문제가 해결됐다. 당시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노선 신설로 영남권 주민들의 이동편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생색을 내기도 했다.

부산~싱가포르 노선 신설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싱가포르 노선에 수요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공항의 승객을 뺏기는 것을 국토부는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또 ‘인천공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수도권 언론을 뒷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물노선 운항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김해공항에서 항공화물 처리를 오래 전부터 막아 왔다. 인천공항에서만 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페덱스 DHL 등의 터미널은 인천에서만 영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김해~인천공항을 오가는 내항기를 통한 화물이 9356t에 달한다. 김해공항에서 뜨는 화물기가 없으니 내항기로 인천으로 보내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울·경 지역의 제조업 공장에서 해외로 화물을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모두 인천에서 보내야 한다는 의미”라며 “부·울·경 화물수요가 우리나라 전체 화물의 20%에 이르는데 김해공항 처리 물량은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김해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 2단계 확장사업도 올 3월에야 행정절차가 마무리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항 관련 사업은 모두 중앙정부 사무가 되다 보니 지자체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며 “지역 주민과 기업들은 부산시에 공항 이용 불편을 해소해 달라고 수없이 민원을 내고 있지만 정작 시에서는 국토부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