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먹고라도 시험"… 6월 13일 지방직 공무원 시험, 괜찮을까?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남해해경청이 지난 3월 11일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서 운동장에서 신임 의무경찰 선발시험을 진행했다. 이 시험은 애초에 올해 2월 27일로 예정됐다가 이날로 연기됐다. 사진은 야외에서 적성검사 치르는 의무경찰 지원자들. 연합뉴스 남해해경청이 지난 3월 11일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서 운동장에서 신임 의무경찰 선발시험을 진행했다. 이 시험은 애초에 올해 2월 27일로 예정됐다가 이날로 연기됐다. 사진은 야외에서 적성검사 치르는 의무경찰 지원자들. 연합뉴스


"당신이라면 1년 재수를 감수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검사를 받을 것이냐, 아니면 해열제를 먹고 일단 수능을 보겠냐?"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공무원 갤러리에는 다음 달 13일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앞둔 한 공시생의 애끓는 글이 게재됐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수능에 비유하며 "(같은 상황이 온다면) 지방직 공무원 수험생들은 코로나 19 확진 시 응시 자격이 박탈되는 현실로 인해 의심 증상이 있더라도 절대 검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고시원, 원룸텔, 독서실에서 보통 2~3년 동안, 아니 그 이상의 고통을 감수한 수험생들은 공익을 생각할 수 없다"며 "(그것이) 부끄럽지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을 지망한다는 이들이 공동체를 위해 그깟 개인의 1년 따위 희생하지 못하냐는 비난, 다 감수하겠지만 포기는 못 하겠다"며 시험을 접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특히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방직 공무원시험의 경우 응시 규모가 크고 장거리 이동이 필요해 코로나 19에 새로운 감염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지적했다.



디시인사이드 공무원 갤러리 캡처 디시인사이드 공무원 갤러리 캡처

글쓴이는 "지방직 공무원 시험의 경우 동선과 규모도 심각하다"며 "시험 장소에 가려면 장거리 이동은 필수이며 응시생 규모는 3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특히 서울시 지방직의 경우 주소지와 상관없이 응시가 가능해 전국 모든 수험생이 모였다가 흩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험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는 '감염 의심 수험생은 동료 공시생들 및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검사를 받으라'고 하겠지만 여기에 따르면 나의 1년은 사라질 수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어기고 해열제를 먹고 응시한다면 나는 스스로 공무원의 자격이 없는 파렴치한 인간임을 자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행안부가 (시험이 연기되지 않을 경우 수험생이) 증상을 숨기고 응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개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부디 외면하지 말고 지방직 공무원시험을 연기해달라"며 읍소했다.

이에 같은 처지에 놓인 수험생들은 "진짜 갑자기 생각하니 무섭다", "행안부가 상식이 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텐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지방직 공무원시험 강행에 대한 공시생 및 수험생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시험을 주관하는 행안부는 지난달 23일 국가직 공무원 시험 일정과 관계없이 오는 6월 13일 9급 지방직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당장 이번주 토요일(16일)로 예정된 국가직 5급 공채 시험 또한 변동없이 실시한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지방직 공무원시험 가산점을 주는 산업기사 시험의 경우 지방직 공무원시험을 시행한 직후인 6월 14일 실시하는 것이 무리인 점을 감안해 6월 14일에서 1주일 연기해 6월 21일 실시한다고 밝힌바 있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