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준 퇴직금만 95억… 부산공동어시장-항운노조 ‘책임공방’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선원들이 방어를 하역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선원들이 방어를 하역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일하는 부산항운노조 어류지부 퇴직자들의 밀린 퇴직금이 100억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 후 10년 넘도록 이를 못 받은 이도 상당수다. 최근 퇴직자 일부가 공동으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다, 항운노조와 어시장 간 퇴직금 지급 주체를 두고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17일 부산항운노조와 부산공동어시장 등에 따르면 항운노조 어류지부 퇴직자 39명이 최근 부산지방법원에 ‘퇴직금 청구 소송’을 공동으로 제기했다. 이들의 공동소송에 앞서 같은 내용의 개별소송(1인 소송) 2건에 대한 판결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나왔다. 당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피고(부산항운노조)는 부산공동어시장과 공동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당시 개별소송의 피고는 항운노조였지만, ‘퇴직금 관리 위원회’를 항운노조와 어시장이 함께 운영했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책임도 두 주체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개별소송 이후 최근 진행된 공동소송에서 원고들은 앞선 재판부의 판단을 근거로, 항운노조와 어시장을 모두 피고로 규정했다.


어류지부 퇴직자 39명 청구소송

노조 “사용자로서 책임 나눠야”

어시장 “부실 관리한 책임 전가”


항운노조 어류지부 조합원은 대부분 일용직으로, 주로 선사가 생선을 어시장에 부려 경매하는 과정에서 생선을 분류하고 옮기는 작업을 맡는다. ‘퇴직금 관리 위원회’는 이들 노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사로부터 ‘퇴직 적립금’ 명분으로 따로 받아 적립한 후 조합원의 퇴직금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퇴직금이 적립금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바람에 십수 년째 퇴직금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퇴직금 산정기준에 있었다. 퇴직금 규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퇴직금 산정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어시장 업무 특성상 일감이 성어기에만 몰리다 보니, 성어기 직후 퇴직할 경우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실제보다 과다계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항운노조는 2000년부터 산정기준을 ‘퇴직 직전 1년 평균임금’으로 바꿨지만, 이는 2000년 이후 가입 조합원부터 적용될 뿐 이전 조합원은 여전히 이전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항운노조는 퇴직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퇴직 연도별로 순차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007년 퇴직자들의 퇴직금이 13년 만에 지급됐다. 현재 항운노조 어류지부 퇴직자 가운데 퇴직금을 받지 못한 인원은 2008년 이후 퇴직자 171명이다. 이들의 퇴직금을 모두 합하면 95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항운노조도 어시장도 95억 원에 달하는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항운노조와 어시장 간 퇴직금 지불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까지 벌어져 상황은 더욱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현재 부산공동어시장은 항운노조 조합원을 직접 고용하는 구조가 아니다. 항운노조가 조합원 퇴직금 관리와 지급을 실질적으로 맡아 왔다. 그러나 항운노조는 퇴직금 지급이 어려워지자 “어시장 역시 ‘사용자’로서 공동책임이 있다”며 ‘책임 나누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개별소송에서 재판부도 공동어시장에 공동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어시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동어시장은 “노조가 전적으로 퇴직금을 관리해 왔는데, 그 과정에 발생한 부실 책임을 어시장에 전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개별소송 판결은 어시장이 피고로 거론되지 않아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며, 공동소송에선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