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정치인 시장' 빠진 부산시, 공무원 실력 보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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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정치부 차장

시장 공백 상황을 맞은 부산시에 개인적으로는 어떤 기대감을 품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로 ‘정치인 시장’이 물러났다는 점 때문이다. 1년간 공무원이 부산시를 책임지는, 일종의 ‘관선 실험’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볼 요량이다.

1년 동안 정치인 시장이 자리를 비우고 그 공백을 공무원이 메우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출마나 비리 등으로 중도에 물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1~3개월 비는 정도다. 부산시도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자유당 소속 문정수 전 시장이 당선돼 취임한 이후로 극히 짧은 기간을 빼고는 정치인이 이끌었다. 다시 말해 25년 만에 공무원만의 조직이 된 부산시가 시민에게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정치인이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포풀리즘 정책을 남발하거나 부정·비리를 저지르는 일 역시 숱하다.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들이 어떤 행정을 펼치는지에 따라 “관선 시절이 더 나았다”는 흔한 시중의 말들이 사실로 증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엘리트 공무원’ 3인방이 부산시를 이끌게 된 점에도 기대가 크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 시절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 전 시장 때에도 행정부시장으로 복귀할 정도로 여야 모두 능력을 인정하는 공무원이다.

박성훈 경제부시장도 오 전 시장 사퇴와 함께 물러났지만 ‘능력’을 이유로 복귀했다. 울산시 기조실장을 지낸 김선조 기조실장 역시 두 사람을 도와 능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다.

이들은 개인적 인연이 남달라 상당한 팀워크도 기대된다. 세 사람은 행정고시 37기 동기다. 1965년생인 변 권한대행이 가장 연장자이고 1967년생 김 기조실장이 그 다음, 1971년생 박 부시장이 가장 어리다. 세 사람 모두 서로를 “능력이 출중하다”고 말한다.

변 권한대행은 행정안전부 등에서 행정 관료로 잔뼈가 굵었고 박 부시장은 기획예산 관련 부처에서 공직 생활을 해 온 사실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들 3인방이 정치인 리더가 부재한 부산시를 제대로 이끈다면 정치·행정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반면 중앙 정부 출신의 고위 공무원인 이들 3인방이 시민과 부산 발전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본다면 부산의 1년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부산시 공무원들과 갈등이 생긴다면 제대로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이다. 내부 결속이 급선무이지만 벌써부터 시 내부에서 “지방 공무원을 무시하는 일이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들이 젊은 리더라는 사실도 주목한다. 동남권 관문공항 등 대형 사안에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무난하게 ‘관리’만 하다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면 부산으로선 안타까운 일이다. 젊고 유망한 세 사람 모두 현직을 마치면 요직을 찾아 떠나야 하는 처지다.

최근 오 전 시장 측근 복귀 문제가 이들 3인방이 풀어야 할 첫 시험 문제로 보인다. 부산시공무원노조는 “시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정치 중립이 의심된다”고 의심하고 있다. 관선 실험이 끝나는 1년 후 감사와 격려를 받으며 떠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잘 헤아리고 첫 문제의 답을 내 주길 바란다. k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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