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 52시간 근로제,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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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주)한진식품 실장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대표 기업인 100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바란다’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부산경제 회복을 위해 중점을 둬야 할 현안으로는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29.6%),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 개선 요구 분야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26.5%)이 각각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내달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방안’ 발표를 앞두고 주 52시간 근로제 유예를 요구하는 기업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생산을 줄이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사실 더 무섭다. 필자가 근무 중인 한진식품은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식품회사로 지난 45년간 전통과 추억이 서린 복고풍의 레트로 식품을 주로 생산해 왔다. 2000년 한국식약청으로부터 동종업계에서는 최초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 지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갑자기 높아진 최저임금 부담과 아울러 주당 근로시간이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 근로 제도인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주에 16시간이나 단축 근로를 조정한다는 법안이 중소기업과는 아무런 조율 없이, 또한 충분한 인큐베이터 데이터도 없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첫 번째 노동생산성 상승, 두 번째 일자리 창출, 세 번째 산업재해 감소라는 3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300인 이상 업체는 1년간 계도기간을 가진 뒤 올해부터 법적 제재에 들어갔으며, 2020년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업체를 대상으로 계도기간 1년을 가진 후 내년부터 법적 제재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근로시간제 단축은 일방적이지 않다. 지역별 선택에 의지를 부여하였으며, 노사 간의 합의 없이 국가가 근로시간을 모든 기업에 일괄 지정하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본 업체 및 동종 업계는 이렇게 갑자기 16시간이나 줄이는 생산 시간제를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고용노동부 컨설턴트팀이 단축시간제에 대해 2부제, 즉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일자리를 늘리는 게 어떤지 유도하는데 고용노동부가 현장 근로자들의 소리를 직접 듣기를 원한다. 일반 근로 파트나 관리 감독하는 업무팀이나 누구 하나도 2부제를 원하지 않으며, 2부(야간생산) 구직사이트에 구직을 올려 봐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기출근 기술자의 양성이 짧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다. 더불어 조기출근 기술자가 조기 퇴근하고, 양성된 기술자가 그다음 바통을 이어받아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게 힘들고 어렵다.

그럼 정말 무작정 근로 시간 단축을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이 타당할까. 물론 대기업 등 중견 기업들은 전 자동화기기를 도입하여 생산성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니 일자리 창출은 되지 않겠지만 대신 생산파트를 줄이고 업무파트를 늘려 일자리를 마련할 수는 있으리라 추측되지만, 중소기업은 그게 가능할까.

당장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줄어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생산자에게 기본 생산기기 외에도 반자동화기기 등에 이중 책임을 부담시킬 수밖에 없음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정부가 말하는 ‘노동시간의 단축 효과’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코로나19 이전부터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형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밀어붙인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또한, 기업만이 단축 시간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최저임금을 턱없이 올릴 수 없는 한 근로자 또한 근로시간을 늘려서라도 월급을 더 받아야 생활할 수 있음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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