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코로나19발 식량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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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는 농업 분야라고 예외는 아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나라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식량안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주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량 비상사태에 대비한 해외 농업자원 확보 가상훈련을 10여 곳의 국내 유관기관과 이틀 동안 실시했다. 비록 화상과 서류상으로 벌인 훈련이지만 실무기관, 공급자, 실수요자 간 협업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실제, 코로나19 위기 상황 이후 인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를 포함한 20여 개국 이상이 곡물 수출을 제한했다. 아직 제한을 풀지 않은 나라도 있다.

식량안보는 한국에도 발등의 불이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97.3%(2018년 기준)로 높은 수준이지만, 밀(1.2%), 옥수수(3.3%), 콩(25.4%), 보리(32.6%)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평균 15% 수준이다. 쌀과 주요 곡물 간 불균형이 극심하다. 특히 밀은 사실상 전략 수입에 의존한다. 이 수요를 가축사료로까지 확대하면 더욱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원이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 곡물 시장 영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쌀은 정부(110만t)와 민간 재고(89만t) 물량으로 수확기까지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주요 수입 곡물의 경우 2/4분기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

문제는 국경 봉쇄가 오래가면서 국제물류시스템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다. 특히 우리가 수입에 의존하는 밀, 옥수수, 콩으로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각종 면과 과자, 빵, 고기와 달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식품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국내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공개한 ‘코로나19가 식량 위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부유한 나라들조차 코로나19가 식량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며 “보건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식량 위기 문제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농정도 보건·의료만큼이나 정부와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해 기초농산물 자급도를 높이고, 이를 뒷받침할 생산·가공·유통 통합형 계약재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체질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혹자는 한국농업의 생산구조와 농정 조직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 코로나19라는 충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농업의 오랜 과제들이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다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이번 코로나19야말로 농업 분야를 체질 개선할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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