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통해 더 살기 좋은 세상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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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진심연구소 대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만 100개가 넘어요. 공무원 신분이라 많이 참고, 억누르고 살았죠. 지금부터 마음껏 펼쳐 보려 합니다.”

2005년 해양경찰청 공채 임용 이후 인명 구조 등 해경 임무 수행을 위해 개발한 발명품이 무려 30여 점. 일상 생활용품까지 합치며 50여 점이 넘는다. 이 중 침수 선박 구조용 스마트 펌프 등 10건은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그러다 보니 붙어버린 수식어가 ‘해경 발명왕’이다.

“원래 목표는 마흔 살에 시작하는 거였는데 조금 늦었습니다. 2년 늦었으니 더 부지런히 더 많이 뛰어야죠.”

'해경 발명왕' 사직 뒤 연구소 차려
퇴직금 1억 원 ‘코로나 후원금’ 기탁
"고성능 소독장비 첫선, 수익 사회환원"

김해영(사진·42) 진심연구소 대표는 한 달 전, 15년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R&D연구소를 차렸다. 모두가 바라는 안정적인 직장과 삶에선 멀어졌지만, 불안이나 걱정보단, 설렘과 기대가 크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갑자기 떠나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사고치고 나가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이도 있었다”면서 “다른 이유는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싶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남다른 이력이 말해 주듯 해경 재직 시절부터 새로운 도전에 있어 기질이 남달랐던 그다. 진심연구소는 품속에 담아 뒀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공간이다. 이미 첫 작품 준비를 마쳤다.

코로나19 방역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코로나 패스(CORONA PASS)’다. 워킹스루처럼 소독제가 분무 되는 설비 사이를 걸어서 통과하면 인체에 해로운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자동으로 살균, 박멸해 준다.

핵심은 클린게이트와 살균액이다. 클린게이트는 국내업체인 인컨과 협업으로 개발한 국내 최초 초음파 나노 분무형 소독 장비다. 양쪽 노즐에서 나노 입자를 분무해 발끝에서 어깨까지 한 번에 살균·소독한다.

특히 출입자 자동 인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항상 일정한 양을 분사해 세포막 손상 등 인체 부작용을 없앴다. 게다가 중국, 베트남에서 도입한 유사 설비는 반도체 클린룸과 같은 밀폐공간을 통과하는 구조라 소독제가 호흡기로 들어갈 위험성이 크지만 클린게이트는 오픈형이라 안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살균액은 코로나19를 포함해 71종의 바이러스·박테리아·곰팡이를 비롯해 원생동물과 포자까지 99.9% 박멸할 수 있다. 전 세계 72개국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국내에서도 6개 공인기관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득했다.

김 대표는 창업진흥원에 코로나패스에 대한 예비창업 지원을 요청했다. 선정 시 1억 원의 창업 자금이 지원되고 각종 공모나 정부 발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김 대표는 “사실 자금보다는 인증 효과가 크다. 이를 발판으로 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해 나갈 계획이고, 발명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퇴직금으로 1억 원을 받은 김 대표는 이를 모두 코로나19 위기 극복 후원금으로 다 써버렸다. 5000만 원은 마스크 기부에, 나머지 절반은 대구지역 코로나19 지정병원 21곳에 코로나패스를 무상 기증 비용으로 처리했다.

평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해 둔 스마트폰 메모장 속 100가지 아이템을 넌지시 보여 준 김 대표는 “사업가가 됐지만 지금도 뼛속까지 해양경찰이다. 코로나패스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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