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에브리싱 체인지] 지역 발전 위한 대학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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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총장이 된 후 제대로 된 휴가를 가 보지 못했어요.” 며칠 전 만난 한 대학총장님의 하소연이다. 대학들이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입학생 절대 자원이 감소된 가운데 비대면 수업이나 외국인 유학생을 수용하는 것, 투자혁신을 위한 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지역의 저발전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이 지역 혁신의 중심이 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현재 밀려오는 이 거대한 변화는 대학이 담당하는 4차 신기술의 연구개발력과 인재들의 창의력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 혁명기 지역 혁신 중심은 대학
교과목을 지역 프로젝트형으로 바꾸고
성과 창출 목표 ‘파괴적 혁신’ 나아가야

그런데 이론적으로 당연한 이 논리가 부산에는 잘 맞는 것일까? 일단 통계상으로 보면 부산은 대단한 대학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권에는 총 24개의 대학이 있으며, 대학 구성원이 약 20만 명에 달한다. 부산시청이 위치한 연제구의 구민 수에 맞먹는다. 한 도시에 이 정도의 대학식구가 어디 쉬운가? 잘만 하면 부산은 4차산업 혁명기에도 승산이 없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어가 보면 더 노력해야 할 것이 많다. 부산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크게 낮지 않아도 대학과 지역과의 연결성이랄까 상호보완성이 건실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보니, 우리 지역에서 대학원을 마쳐도 지역 내에 취업하는 청년들은 4명 중 1명꼴이다. 대학들이 석·박사를 잘 배출해도 졸업 후 타지로 떠나는 것이 대세가 되어 있다. 결국 고만고만한 연구개발력,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떠나고 싶어 하는 젊은 인재, 이것이 4차산업 혁명기의 부산의 대학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럼 대학을 혁신하여 지역을 살리는 방법이 있을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 일단 대학은 올바르게 혁신해야 한다. 이른바 교육 혁신이다. 그중에 지역과 학생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연구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천편일률적으로 학생이나 지역의 요구와 따로 놀고 있다. 교육 내용이 철저히 교수의 필요성에 종속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교수 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과목을 이수하고 돌아온 교수들이 그 과목을 딱 그대로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형태다. 이게 왜 문제인가 하면,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거의 100%는 교수가 될 생각도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교수 본인이 교수가 될 목적으로 배운 내용을 그대로 복사 전달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교수들의 일자리 보장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이제 대학 교과목을 우리 지역에 천착하여 프로젝트 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산에는 제조, 해양(물류·조선), 수산, 관광, 수질 환경, 도시재생, 고령화 등의 수요가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이 자원에 연관된 신기술, 역사, 정책을 연구·개발하고 학습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비로소 세계적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되는 것이다.

혁신의 두 번째 방법은 무엇일까? 지자체에서는 혁신을 대학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대학의 교육 혁신에 조응하는 지역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산업 혁신을 주도해야 하고, 또한 거대 산업은 아니지만 좋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거나 도시 품격을 제고하는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 이른바 지속가능성 혁신인데, 교육 혁신과 산업 혁신, 비산업 혁신의 나무가 원만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시가 지역 대학의 연구개발과 교육에 대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경영해야 한다.

다행히 부산은 2002년에 인적자원개발원을 설립했다. 또한 그 해부터 지금까지 140억 원 규모의 BB21플러스 사업을 추진하여 100여 개 사업단, 3000여 명의 고급 연구인력을 양성해 왔다. 2019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청에 대학협력단을 설치하고 유니파크라는 공유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나름의 노력을 해 왔는데 둘러보니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래도 마침 교육부는 올해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하여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협업하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른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이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업이 위기에 빠진 대학, 침몰하는 지역을 구원하는 파괴적 혁신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파괴적 혁신은 성과 창출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파괴적 혁신의 용어를 개발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크리스텐슨 교수는 요란하게 혁신을 부르짖기보다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24개의 대학을 보유한 이 도시가 성과를 위한 절실한 마음으로 좋은 혁신플랫폼 구축의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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