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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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코로나19의 충격이 상당하다. 세계 경제의 패닉(panic)으로 한때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였고, 올해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유례가 드물게 동시 하향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역사는 이제 그리스도 전(BC)과 후(AD)가 아닌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각국의 정부와 학계, 언론계는 현대 사회에 미친 코로나19의 영향과 이후 달라질 세상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정상 상태로의 복귀 대책도 준비 중이다. 우리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형 뉴딜 정책 등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야흐로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다.

지방정부의 위기 대응력 새삼 주목
단기 대책보다 미래 복합위기 중요
 
도시회복력 정책의 구체화가 관건
공동체 협력 등도 미래 계획에 반영
 
부산도 향후 ‘2040’ 밑그림에 박차
관습에서 탈피, 새 방향성 모색을

‘포스트 코로나19’에 관한 <부산일보> 시리즈 기사에 의하면,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사회 취약계층, 소상공인, 문화예술인 등의 피해가 특히 심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으로는 경제 복지로 안전 우산의 확대, 공동체 내 연대와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가의 역할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국가 역할이 GDP 성장, 수출 확대, 산업 발달 등 전통적 경제발전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전염병, 자연재난 같은 대형 재난에 대처하는 위기 대응력이 국가 역량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이 지방정부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정국에서 위기 대응 능력은 지방정부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경기도나 부산 기장군 등 몇몇 지방정부는 선도적인 위기 대응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역별 방역, 의료와 재난지원금 지급은 시민들에게 ‘어느 지역에 살고, 누가 우리 지자체를 대표하느냐’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는 앞으로 “정치도 비즈니스도 ‘로컬(local)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방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위기 상황 속에서 단기 대책과 함께 미래의 복합위기에 대비한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시회복력(urban resilience)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UN에서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17가지 목표 중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라는 항목에는 “도시는 위기나 재난에 안전(safe)하여야 하며, 회복력(resilient)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회복력은 “위기에 노출된 지역사회가 수용 가능한 수준의 구조와 기능에 도달하기 위하여 견디고 변화함으로써 이에 적응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즉, 위기에 단순히 단기적,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향후 반복될 위기로부터 지역사회의 사회·경제 활동을 보호하고, 피해 발생 후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복구가 이뤄져 정상 사회로의 복원이 빨리 진행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도시정책에 적용하면 단기적인 구호·구조 정책과 함께 도시 내 위험 지역에 대한 개발 제한, 기후변화에 대응한 도시 생태성 강화, 사회 취약계층 보호, 시민참여 등 공동체 내 협력 강화를 도시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것은 지역경제의 다양성이다. 지난주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 이후 폐쇄된 국경을 다시 열기로 했다. 유럽 내 인적·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 협정’ 가입국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이탈리아 전역의 도시 봉쇄를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한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가 전 세계 6번째인 23만여 명, 사망자 규모는 3만 3000명, 하루 신규 확진자도 여전히 수백 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 개방에 나서는 건 이탈리아의 주요 수입원이 관광산업이기 때문이다. 로마, 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에서는 관광산업의 침체로 지역경제 전체의 활력이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미래의 복합적 위기에 대처하는 현대도시에서의 지역경제와 산업의 다양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부산시는 지금까지의 도시 상황을 돌아보고, 20년 이후 도시의 밑바탕이 될 미래의 도시기본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40 부산 도시 기본계획’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복원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관습에 젖어 늘 하던 식으로 인구 숫자를 부풀려 개발경제를 지지해 온 지금까지의 방향성은 변경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 할 현대의 우리는 ‘미래 복합위기에 강한 도시’, ‘지역경제 다양성이 확보된 도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도시’, 감염병으로부터 강한 ‘면역력 있는 도시’를 위한 도시계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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