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데자뷔?… 민주당 지도부 ‘윤미향 여론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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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기부금 유용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출신 윤미향 당선인과 관련, 여론과 동떨어진 행태를 고수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윤 당선인을 비판하게 된 동기를 ‘비뚤어진 시기심’으로 규정하려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다수의 비판적 여론을 뭉개려던 ‘조국 사태’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 논란과 관련,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하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신상털기, 옥죄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30년 운동하면서 잘못도 있고 부족함도 있을 수 있고, 허술한 점도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정의연의)30여 년 활동이 정쟁이 되거나 악의적 폄훼, 극우파의 악의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본질과 관계없는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 여러분도 신중히 시시비비를 지켜보고 판단해 달라. 성숙한 민주사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부분에서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신상털기에 굴복 안 돼”
당내 尹 비판 의견에 차단막 쳐
‘악화일로’ 국민 감정 무시 지적
사태 논점 흐리려는 분위기도
尹, 27일 당선인 워크숍 불참

연일 쏟아지는 의혹 속에서도 윤 당선인이 해명을 미루면서 당내 강경 대응 의견이 고조되는 데 대해 이 대표가 공개 발언을 통해 차단막을 친 모양새다. 특히 이 대표의 ‘자성’ 발언은 윤 당선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 2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윤 당선인 거취를 묻는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윤 당선인이 ‘사퇴해야 한다’는 대답이 70.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미래통합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절반 이상(51.2%)이 ‘사퇴 의견’을 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악화일로인 여론 동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당 지도부 중 ‘미스터 쓴소리’ 역할을 한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발언 직후 “마냥 검찰수사를 기다릴 게 아니라 당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가 지금이라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침묵 모드로만 있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윤 당선인의 개원 전 입장 표명을 압박했다.

이와 함께 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용수 할머니의 회견과 관련, “할머니가 화났다고 (윤 당선인을)사퇴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할머니의 분노를 유발한 동기는 ‘네가(윤 당선인) 나를 정치 못하게 하더니 네가 하느냐’인데 이건 해결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좋다는 마음이 아니라, 이분은 특이하게 이걸 ‘배신’의 프레임으로 정했다”고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할머니의 회견 내용을 보면 정의연과 정대협이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온 방식, 윤 당선인의 기부금 모집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데, 이를 질투나 시기심으로 규정했다”며 “이 할머니의 비판의 초점을 흐리려는 교묘한 프레임 만들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이 2012년 3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진출하려던 이용수 할머니를 만류하는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도 이날 공개됐다. 윤 당선인은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 할머니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은)국회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 할머니의 총선 출마를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이 싫어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윤 당선인은 8년 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회에 진출했다.

지난 18일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윤 당선인은 이날 워크숍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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