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드라마 간접광고에 시청자들 ‘짜증’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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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드라마들이 제작 지원 상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간접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위쪽부터 ‘더 킹:영원의 군주’와 ‘꼰대인턴’. 방송화면 캡처·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최근 인기 드라마들이 제작 지원 상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간접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위쪽부터 ‘더 킹:영원의 군주’와 ‘꼰대인턴’. 방송화면 캡처·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장면 하나.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이 정태을(김고은)과 전화 통화 중에 이렇게 말한다. “골라온 커피가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아. 첫맛은 풍부하고 끝 맛은 깔끔해.” 한 편의 커피 광고 같은 대사가 끝난 뒤 손에 들린 제품의 상표가 뚜렷하게 비친다.

화제의 드라마들이 연일 ‘간접광고(PPL)’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출연진들이 제작 지원 상품의 홍보문구를 대놓고 읊거나 해당 제품을 클로즈업해 보여 주는 등의 직접적인 노출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 장면은 극의 흐름과 관계없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SBS ‘더 킹: 영원의 군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제작 지원 상품 ‘노골적’ 홍보

극 흐름 관계없이 등장하기도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SBS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 방송된 8회에서 주인공이 대화 도중 갑자기 A커피 브랜드에 대한 칭찬을 줄줄이 늘어놔 ‘도 넘는’ 간접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커피뿐 아니다. 잠복근무 중인 두 형사가 라면과 김치를 먹다가 느닷없이 B브랜드 김치 한 봉지를 카메라 앞으로 쓱 내미는가 하면, 난데없이 C브랜드의 멀티밤을 꺼내 입술과 볼에 찍어 바르기도 했다. 각각 드라마 제작 지원 상품과 주연인 김고은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외에도 치킨, 휴대전화, 음식점, 건강식품, 차량 등 10개가 넘는 제작협찬사의 제품을 대놓고 노출해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요즘 인기인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에는 D브랜드의 콜드브루 커피와 특정 음식점의 상표, 음식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더 킹:영원의 군주’보다는 덜하지만, 주요 장면에 해당 상품과 장소를 연이어 등장시키면서 직접적인 광고 효과를 꾀했다. 올해 화제작이었던 tvN ‘사랑의 불시착’과 JTBC ‘부부의 세계’도 액세서리, 와인, 화장품, 차량, 가구 등의 상품을 자주 노출해 지적을 받았던 바 있다.

PPL은 최근 스타 캐스팅과 제작환경 변화 등으로 치솟은 드라마 제작비를 보충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다. ‘더킹:영원의 군주’도 회당 약 20억 원씩 총 320억 원의 거액이 투입된 작품. 이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PPL 자체를 문제 삼기보단 ‘정도껏’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실명 PPL은 △화면의 4분의 1 크기 △방송 시간의 100분의 5 이내 등 요건을 갖추면 가능하지만, 대사를 통해 해당 제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하면 안 된다.

계속되는 논란에 PPL과의 정면 돌파를 택한 작품도 있다. 배우 박해진이 나선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제작 전부터 색다른 PPL을 기획하고 있다. 주요 소재로 쓰이는 ‘핫닭면’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유통에도 직접 나섰다. 극 중 등장하는 캐릭터 ‘핫닭이’의 상표권 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한 드라마 제작사 PD는 “드라마 제작비를 충당하는 데 PPL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 무시할 수 없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최근 제작 지원하는 브랜드가 간접광고 요구를 세부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예전보다 균형을 맞추는 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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