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후폭풍 美·中 신냉전 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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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마지막 날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후 전광판에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표시돼 있다(위쪽). 비슷한 시간 홍콩보안법 통과에 항의하는 홍콩 범민주 진영 시위대 중 한 명이 두 손을 들어 ‘5개의 요구사항 중 1개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손가락으로 표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28일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켰다. 이에 미국은 강력 제재를 예고하면서 중국 경제에 ‘톈안먼 사태급’ 혹은 그 이상의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인대는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보안법 초안을 의결했다. 이번 표결은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이날 폐막식에서 “홍콩의 국가 안보를 위한 법적 제도와 집행 체계를 완비하는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이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견지하고 보완하는 중대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中 전인대 압도적 찬성 처리
미국, 對중국 강력 제재 예고
홍콩 특수 지위 박탈 가능성
1단계 무역 합의도 파기 거론
중국 경제 미래 불확실성 커져

하지만 이같은 결정으로 중국과 미국과의 ‘신냉전’ 양상은 더 악화될 전망이며, 이제 미국의 구체적인 대응 카드에 시선이 쏠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법에 의해 그간 홍콩이 받던 특별대우가 더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의회에 보고하면서 그 수위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지 대중 제재는 기정사실이 된 양상이다. 이와 관련, 미 정부는 특정 대상에 대한 제재와 신규 관세,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 등 다양한 제재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초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큰 조치로는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련된 중국 관리와 정부, 기업에 대한 제재가 거론된다고 복수의 미 행정부 관리들이 전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관해 할 수 있는 ‘매우 긴 목록’이 있다면서 조치에는 비자 및 경제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에 대한 우대 관세율을 중지하는 것도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 이는 중국 본토에서 수출하는 것과 같은 관세를 홍콩에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미국 기업이 국가안보나 인권 문제 때문에 중국 기업에 판매가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조치가 똑같이 홍콩에 적용될 수도 있다.

미 정부는 또 미국 시장에서 거래하는 중국 기업의 등록을 더욱 면밀히 조사해, 특별 지위의 이점을 누리려 홍콩에 법인을 세운 이들 기업에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고 미 의회 관계자가 밝혔다.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이른바 ‘극단적 선택(nuclear option)’으로 불리는 홍콩의 특수지위 박탈을 통한 중국 타격이 준비돼 있는지다. 지난해 마련된 미국의 홍콩인권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특권 일부나 전체를 폐기할 재량권을 가진다.

그동안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관세·투자·무역·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해왔다. 홍콩 특별 지위의 일시 중단 또는 영구 박탈은 먼저 홍콩에 직접 영향을 주겠지만 홍콩과 한 몸으로 엮인 중국에도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나아가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미·중 간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그레이트 디커플링)’을 촉진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 경제 또한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충격에 흔들리고 있었기에 향후 더 큰 불확실성에 놓였다.

홍콩보안법 강행에 따른 미국의 제재는 보편 가치인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훼손에 따른 응징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1989년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이 취한 제재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등 서방 제재가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3.8%로 주저앉은 바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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