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본 보야지'] 좋은 관광자원 망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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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레저팀 선임기자

여행을 담당하기 때문에 부산 곳곳을 늘 돌아다닌다. 주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녀, 걸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답답한 장면을 여러 번 보게 된다. 적지 않은 세금을 들여놓고 관리를 제대로 안 하거나, 도로 공사를 한답시고 풍경을 망쳐놓은 장면들 말이다.

동구 상해거리가 그 사례다. 이곳에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초량 근대역사 갤러리를 조성했다. 거리에는 중국 분위기를 풍기는 등이 달려있어 매우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데 지난해 연말 상해거리에 갔을 때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밝은색 블록을 깔아 깔끔하게 단장해놓은 도로 바닥이 아스팔트로 땜질 돼 있었다. 그곳에서 장사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공사를 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고 했다. 5~6개월 시간이 흘러 지난 28일 지인과 약속이 있어 다시 상해거리에 갔다. 지저분한 아스팔트는 그대로였다. 마치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다 만 것 같은 모습의 땜질 아스팔트는 많은 예산을 들여 애써 꾸며놓은 상해거리의 풍경을 여전히 망치고 있었다.

지난 1월과 2월 168계단 모노레일을 취재하러 갔다. 예산 32억 원을 들여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추진해 2015년 개장한 시설이다. 지금은 꽤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부산 대표 관광지로 성장했다. 모노레일로 가는 길목에 ‘인물사 담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초량초등학교 담벼락이 나온다. 동구 역사와 동구가 낳은 유명한 인물을 소개하는 곳이다. 최근 다시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 도로도 사정은 상해거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중구 동광동에도 자주 간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 보면 40계단을 늘 지나게 된다. 여기를 갈 때마다 눈과 가슴이 답답해진다. 훌륭한 관광 자산이 될 수 있는 빼어난 풍광을 이렇게 망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연말 40계단 앞 도로를 파헤쳐 아스팔트로 땜질을 해놓은 모습을 봤다. 지난주 가봤더니 상황은 그대로였다. 비싸 보이는 석재 블록을 깔아놓은 도로 한가운데를 땜질한 아스팔트가 휘젓고 있었다.

40계단 앞에는 옛 전차 궤도를 복원해놓았다. 이곳을 오가면서 수십 번 봤지만, 역사적 상징성을 보여주기는커녕 걷는 데 불편만 준다. 이런 것을 왜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도와 차도를 분리한다면서 갖다 놓은 석재 화분은 흉물스럽다.

요즘 여행은 맛과 사진이 대세다. 상해거리에서 아스팔트로 땜질한 도로를 배경으로, 그리고 40계단 앞 풍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 퍼져나갈 생각을 하면 끔찍할 뿐이다.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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