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 커피잔’ 속에서 책 한 권을 읽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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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4. 온천공원

부산 동래구 쇠미산 아래 온천공원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딱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초읍어린이대공원에서 만덕고개 쪽으로 숲길을 걷다 보면 쇠미산(399m)이 나온다. 그 아래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자리 잡은 공원이 있다. 금정산, 백양산으로 가는 초입이다. 그동안 이 공원은 지정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소극적 역할에 머물렀다. 주위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개발 압력도 거세다. 적극적인 보존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온천공원 이야기다.

초읍·금정산쪽 산행로 통과 지점
작지만 ‘민간공원’ 콘셉트 충족
지하2·지상1층 도서관 랜드마크
‘책과 함께 차 한잔 여유’ 모티브
문화 향유·건강 회복 공간 기대

이 사업을 통해 들어설 행복도서관 상상도.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은 책, 오른쪽은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형상화했다. 온천공원개발(주)

■개발의 저지선

부산 동래구 온천동 만덕2터널 위쪽으로 펼쳐진 온천공원(11만 8617㎡)은 1995년 5월 16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됐다. 민간공원 사업 대상지 중에서 유일하게 1990년대에 지정됐다. 나머지 4곳은 1970년대다. 부산시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쇠미로 위쪽으로 계속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보존 필요성이 대두돼 1995년 지정됐다”며 “크지는 않지만 민간공원 사업에 가장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온천공원은 민간공원 사업을 통해 면적 기준 87.7%가 공원, 12.3%가 비공원시설로 조성된다. 총 사업비는 1668억 원이다. 민간시행사는 온천공원개발(주)이다. 핍스웨이브개발, 동부토건, 케이엔건설, 예빛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온천공원개발(주) 측은 “주민의 다양한 문화 수요를 충족하고 건강, 휴식, 정서 함양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천공원은 환경·재해·교통영향평가 등의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말까지 실시계획인가를 마칠 예정이다. 사업지 동·남쪽으로 주거지가 밀집하고, 북쪽으로 만덕터널과 도시철도가 지나간다. 동쪽으로 500m 떨어진 곳에 부산도시철도 3·4호선 미남역이 있다. 주변으로 자연과 인문 조건을 고루 갖춘 곳이 온천공원이다. 주민대표로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백남도 화신동영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은 “이 공원은 초읍이나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숲이 아주 좋다”며 “자연은 최대한 살리고, 나대지나 무단경작지는 정비하는 쪽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책과 커피잔 모양 도서관

“주변으로 이미 개발이 많이 돼서 그런지 주민 요구 사항도 많았습니다. 주민에게 보답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공원을 만드는 데 더 주력했습니다.” 민간공원 라운드테이블 위원장인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온천공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주민숙원시설로 들어서는 것이 도서관이다. 주민대표인 백남도 전 회장도 “도서관에 가려면 초읍까지 가야 하는데, 공원에 도서관이 생기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1571㎡ 부지에 70억 원을 들여 짓는다. 연면적 1706㎡에 지하 2층, 지상 1층 규모다. ‘책과 함께하는 차 한 잔의 여유’를 모티브로 삼았다. 도서관을 설계한 도건건축사사무소 박용덕 소장은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은 책이 놓인 모양, 오른쪽은 테이크아웃 커피잔 모양을 형상화했다”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도 공원이 준공될 2024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시행사는 도서관을 주변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지하 1층에는 다양한 형식의 서가, 열람공간, 미디어테크 등을 배치한다. 지하 2층 다목적실은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 공간으로 활용된다. RFID(무선 주파수 인식) 시스템을 구축해 책 반납, 회원관리, 장서 점검도 효율적으로 한다. 자료실에는 자동대출 반납기를 설치해 사서 없이 자유롭게 대출·반납할 수 있게 하고, 건물 밖에는 무인자동반납기를 둬 편리함을 높인다.



■녹색 힐링 공간

부산시는 훼손지를 복원하고 자연가치를 살려 온천공원을 녹색 여가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콘셉트는 ‘도심 감성 치유, 행복공원 Healing Flow(녹색 치유의 물결)’다. 지형과 식생을 활용한 건강테마산책로,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문화활동 공간을 갖춘다. 가족·자연 친화공원도 지향한다. 어린이, 여성, 노인, 장애인 등이 자연을 벗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아이들을 키우기 쉽고, 부모들은 문화를 향유하고, 어르신들은 건강을 살리는 공간이다.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개방성과 창의성이 기본 가치”라며 “접근하기 가장 좋은 곳에 도서관과 어린이놀이터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휴게 기능을 두루 갖춘 ‘잔디마당’, 산책로가 있는 ‘콤플렉스존’, 기존 산책로를 정비한 테마산책로와 쌈지 쉼터가 있는 ‘포레스트워크존’, 어린이가 노는 ‘야외학습체험의 장’, 놀이터가 있는 ‘에듀플레이존’, 공공성 확보와 소통의 장인 ‘진입광장’, 행복도서관이 들어설 ‘커뮤니티존’, 기존 마을체육시설을 활용한 ‘건강마당존’, 공원 훼손지를 되살린 ‘조림지 생태복원존’이 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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