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죽음 부른 구치소 보호장비, 남용 막을 근본대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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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구치소에 수감된 후 장시간 보호장비에 손발이 묶였던 재소자가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공황장애 등을 앓은 30대 재감자가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14시간 넘게 금속 보호대, 벨트 보호대 등으로 결박되었다가 입소 32시간 만에 사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호장비 장시간 사용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거나, 결정적인 영향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구치소 내 인권 침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정 미비·주말 의료진 공백 ‘고질’
감찰과 조사, 실제 개선책 만들어야

특히 그동안 보호장비의 무리한 사용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연이어 제기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보호장비 사용을 최소화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인권위는 부산구치소의 경우 2017년 8월부터 1년간 24시간 넘게 보호장비를 착용한 경우가 211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는 보고서를 낸 적도 있다. 하나 이러한 내용이 수용되지 않았기에 이번 사고는 사실상 예견됐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8개 인권단체는 “언젠가 터질 게 결국 터지고 말았다”라며 교정 시설 재소자 관리 공백을 알면서도 개선안을 내놓지 않은 교정당국을 강하게 나무라는 성명서를 냈다.

표면적으론 이번 사건의 원인은 보호장비 장시간 착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밑에 적체된 구조적인 모순들이 시야에 잡힌다. 우선 보호장비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이는 현행 형집행법상 재소자의 보호장비 착용을 제한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게 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호장비 오·남용을 막겠다는 법률상 취지는 ‘구호’에 불과하고, 실제는 교도관의 주관적 재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를 범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주말의 의료진 공백도 심각한 사안으로 꼽힌다. 이번 재소자 사망 역시 구치소 내 의료 인력이 출근하지 않은 시간에 발생했다. 그렇다 보니 공황장애와 불면증을 밝힌 재소자에 대한 정확한 진료는 물론 약 처방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소란이 발생하면서 보호실에 감금된 재소자는 보호나 치료 없이 14시간 넘게 손발이 묶인 채 있다가 결국 숨지고 말았다.

이러한 부조리들을 종합해 보건대 구치소 내 인권 침해가 상시로 일어난다는 의혹이 짙다. 앞으로 개선이 조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 사고가 또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법무부 감찰과 인권위 조사가 현상 파악에 그치지 않고 구치소 인권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이다. 죄를 지었다고 인간의 권리마저 침해받는다면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구치소나 교도소 등은 죗값을 치르는 동시에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 곳에서 이뤄지는 인권 유린은 건전한 시민으로 교화하는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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