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22) ‘Kernis: Air for Vil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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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용어 중 ‘비브라토(vibrato)’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음악적 효과에 관한 용어인데요, 음을 가늘게 떨어 아름답게 울리게 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저는 솔직히 비브라토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이 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 과다한 비브라토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과보다 차라리 비브라토를 쓰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지요. 실제로 음악가가 되어 습관적인 비브라토 연주를 녹음이나 공연 과정에서 겪을 때면 ‘우리는 왜 이렇게 비브라토에 집착하는 것일까?’하고 회의에 사로잡힌 적도 꽤 많았습니다.

비브라토는 현악 연주나 가창 감상을 통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연주 기술이지만 반면 가장 어려운 기술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브라토는 연주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빛을 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음악의 올바른 해석이 우선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주자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비브라토가 연주될 때 비로소 그 효과와 기술이 아름다울 수 있지요. 그래서 이 악기 연주 기술은 정말로 소위 말해 ‘음악적’이어야 합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어린 시절과 달리 비브라토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비브라토 기술에 관심이 생길 뿐 아니라, 멋진 음악적 해석과 훌륭한 비브라토 연주 기술이 만나는 순간을 접할 때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 드리는 음반 ‘Kernis: Air for Viloin’은 특히 이 비브라토의 아름다운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입니다. 이 음반은 작곡가 아론 제이 케르니스(Aaron Jay Kernis)의 곡을 연주한 앨범인데요. 그는 1998년 퓰리처상 음악 부문을 수상했고, 2002년에는 현대 서양 고전음악 작곡가의 작품에 수여되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그로마이어 작곡상을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그래미 최우수 현대음악 작곡 부문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또 아론 제이 케르니스는 예일대 음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미네소타오케스트라의 음악 고문으로, 미네소타오케스트라작곡가협회의 협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하는데요. 1999년 발매된 ‘현악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기타를 위한’ 이 앨범에서는 아론 제이 케르니스 특유의 멋진 멜로디와 음악적 전개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유수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미네소타오케스트라와 함께 너무나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줍니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비브라토의 향연은 정말 압권인데요. 타이완 출신의 미국 바이올린 연주자 조 리앙 린 뿐 아니라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한 파멜라 프랑크가 참여했습니다.

지휘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 데이비드 진먼이 곡의 지휘를 맡았습니다. 특히 앨범의 첫 트랙이자 동명 타이틀 ‘에어 포 바이올린’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격정과 서정을 넘나드는 연주가 돋보이며, 듣는 이를 단숨에 압도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청’ 트랙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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