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구·군 공무원, 재난업무 싸고 싸움질이나 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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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관련 재난업무를 둘러싸고 부산 일선 구·군 공무원 노동자들과 부산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구·군 공무원들로 이뤄진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가 지난 27일부터 부산시청에서 벌이고 있는 농성에서는 폭력사태까지 빚어졌다고 한다. 노조는 재난업무와 관련해 부산시가 일선 구·군을 무시한 일방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그에 대해 부산시가 사과할 것과 부산시와 구·군 공무원이 소통할 수 있는 노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정부 방침에 따른 행정업무였을 뿐이라는 입장으로, 당장은 노조의 요구에 응할 뜻이 없어 보인다. 긴급한 재난 사태를 맞아 온 국민이 황망한 중에 이 무슨 엉뚱한 일인가 싶다.

구·군 “일방 행정”, 시 “정부 방침” 대립
재난 상황, 시민 눈살 찌푸리게 해서야

부산시 일방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노조는 재난지원금 선불카드 지급 중단 사태를 들고 있다. 부산시는 정부 재난지원금 관련 선불카드 수요를 당초 전체의 20% 정도로 예측했으나 신청자가 폭증하면서 결국 지급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중되는 주민 불만과 업무량은 고스란히 일선 구·군 공무원들의 몫이었다. 이미 자신이 소속된 기초지자체의 재난업무까지 맡고 있던 이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만도 한 것이다. 더욱이 선불카드 지급에 대해 현장 공무원들은 사전에 우려를 제기했으나 부산시가 묵살했다고 하니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재난업무와 관련, 부산시 행정에 대한 일선 기초지자체 공무원들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부산시가 코로나19 소상공인 민생지원금 접수 업무에 투입했던 시청 파견 인력을 현장에서 철수시킨 적이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온라인으로만 신청받다가 일선 주민센터를 통한 대면 접수로 전환했는데, 부산시가 주민센터에 파견했던 기존 205명의 인력 지원을 끊은 것이다. 일선 구·군의 반발에 부산시는 다시 직원을 파견했지만 규모가 현저히 줄어 오히려 반발을 부추겼다. 당시에도 구·군 공무원들은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의 책임 있는 행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선 구·군 공무원들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방역, 마스크·소독제 지급 등 재난 지원에다 근래에는 총선까지 겹치면서 업무 과부하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정부 방침’만을 내세우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심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법도 하다. 따라서 우선은 부산시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겠다. “공무원 신분” “업무방해” “고발” 운운하는 건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서 어떻게 원활한 행정 집행을 기대하겠는가. 일선 구·군 공무원들도 과도한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말 그대로 긴급 재난 상황이지 않은가. 아무리 정당한 싸움이라 하더라도 시민들은 “지금이 공무원들이 싸움이나 할 때인가”라며 눈살을 찌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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