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냐, 보존이냐… 옛 대저수리조합 건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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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산 영상미디센터 등 문화시설 건립 추진으로 철거 예정인 부산 강서구 대저동 옛 대저수리조합 사무동(왼쪽)과 비료창고(오른쪽). 현재는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와 ‘문화창고’ 건물로 각각 사용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제공

부산 강서구가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옛 대저수리조합 건물을 철거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건물을 헐고 서부산 영상미디어센터 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지만, 역사성이 높은 근대 건축물을 보존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 강서구는 대저1동 2373-2번지 옛 대저수리조합 사무동과 비료창고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서부산 영상미디어센터 등이 포함된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두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1927년 건립된 근대 건축물
강서구, 철거 후 문화시설 추진
“일제강점기 식량 수탈 건물
보존 방안 마련돼야” 반발도

두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 지어진 근대식 건축물이다. 옛 사무동 건물은 1952년 미(美) 공군 제트기 추락 사고로 1956년 새롭게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저수리조합, 농지개량조합, 한국농어촌공사 사무실과 창고 등으로 쓰였고, 현재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와 ‘문화창고’로 각각 사용 중이다. 강서구는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해당 부지에 포함된 두 건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1854㎡ 부지에 4층 규모의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107억 7000만 원이 투입되는 문화시설은 설계 용역 공모가 진행 중이고, 서부산 영상미디어센터가 1층과 2층에 입주할 예정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강서구청 인근 부지가 문화시설에 적합한 곳으로 판단해 두 건물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며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서부산 영상미디어센터 신축에 찬성한 주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사적 의미가 담긴 두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저수리조합은 일제 강점기 낙동강 물을 농지에 보내기 위해 제방이나 수로 등을 만들고, 화학비료 등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한 건축계 관계자는 “일제가 식량 수탈을 극대화한 대저수리조합 건물은 강서구 역사를 간직한 귀중한 지역 자산”이라며 “해당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보존하고, 공공의 의미를 담은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각종 문화행사를 열면서 사랑방 역할을 한 공간이 철거되는 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강서구는 건물 일부를 보존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뜻을 밝혔다. 강서구 관계자는 “해당 건물들의 역사적 가치를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할 아이디어 발굴도 문화시설 설계 공모에 포함돼 있다”며 “건물 일부를 그대로 남기거나 인근 공간에 보존할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는 다른 곳으로 이전해 관련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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