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울산 선박 폭발 사고 때 재난 컨트롤타워 가동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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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선박 폭발화재와 관련해 당시 대형 사고임에도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지 못하고 주민 대피 명령도 내리지 못하는 등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는 소방당국 내부 평가가 나왔다.

울산소방본부는 당시 아쉬운 현장 대응 활동 등을 자체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담은 ‘울산 염포부두 선박 화재 대응 백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울산소방본부 사고 백서 발간
울산시 ‘대책본부’ 요청 묵살
진압 급해 주민 대피령 못 내려

이 백서를 토대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 2019년 9월 28일 오전 10시 51분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한 2만 5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미사일 실험 장면을 연상케 하듯 불기둥이 치솟아 울산대교 교량 상판을 훌쩍 넘어 주탑 높이(203m)까지 다다랐다. 화염은 옆에 정박한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호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는 탱크 총 39기 중 28기 에 추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액체 위험물 수만t이 실려 있었다.

소방 당국은 선박 폭발 후 울산시에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사고 내내 컨트롤타워조차 없이 진압 작전이 벌어졌다.

소방 당국은 또 ‘선박 폭발로 독성물질이 지역 어디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해 달라’고 울산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에 요청했다. 센터 측 답변이 늦어지는 사이, 화재를 급히 진압하느라 주민 대피 명령도 하지 못했다. 자칫 연쇄 폭발로 독성물질이 퍼졌다면 최악의 경우 인근 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진압 작전의 관건이었던 모선(母船) 스톨트 그로이란드 호에 연결된 자선(子船) 바우달리안호를 분리하는 작업도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3차례 추가 폭발이 발생했다.모선의 선체 온도가 200도 이상 높아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고, 로프가 워낙 팽팽했던 탓에 분리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방 대원들과 해경 등은 두 척의 배에 타고 있던 선원 46명과 5명의 하역 근로자 전원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소방 당국은 백서에서 “대형 사고 때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요청, 사고 현장 인근 주민 안전을 위한 신속한 대피 명령 등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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