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1회용 컵’ 남용에 부산 카페 거리들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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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에 설치된 일회용 컵 전용 휴지통.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 부산진구 서면 카페를 자주 찾는 대학생 이 모(26) 씨는 일회용 컵 사용량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카페마다 테이크아웃 여부와 상관없이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주기 때문이다. 이 씨는 “매장 안에서 마실 때도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주니 코로나19 이전보다 일회용 컵을 배 가까이 더 사용한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거주하는 박 모(72) 씨는 동네 사잇길에 버려진 일회용 컵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일회용 컵을 들고 다니다, 거리 곳곳에 버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박 씨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쓰레기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관광객이 다시 늘자 버려지는 일회용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호소했다.

감염 우려 머그잔 제공 안 해
지자체들 일회용 컵 한시 허용
흰여울마을 등 관광지 쓰레기천지
포스트 코로나 대비 계도 나서야

부산의 관광명소마다 ‘코로나발 일회용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외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종식 이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올 2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커피전문점 등을 포함한 모든 식품접객업소에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매장 내 머그잔을 돌려쓰면 코로나19가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존에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발생했다. 카페 등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늘면서 카페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폭증하고 있다. 서면·전포카페거리가 있는 부산진구, 흰여울문화마을이 있는 영도구, 광복로가 있는 중구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서면 일원에 테이크아웃 전용 일회용 컵 수거함이 있는데,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이곳에 버려진 쓰레기가 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환경미화원이 서면에서 가져온 일회용 컵 쓰레기가 하루 500L 정도였는데 지금은 700~800L 수준으로 50%가량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거리에 버려지는 일회용 쓰레기가 폭증하자 부산진구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을 20개 수거해 오면 10L 종량제봉투로 바꿔 주는 사업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도구 측은 “흰여울문화마을은 특히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관광객이 많다. 코로나19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관광객이 다시 늘고,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지 않아 일회용 컵 쓰레기가 폭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일회용 사용을 다시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면서 “개인 텀블러 사용 권유 등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일회용품 사용을 다시 줄이기 위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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